시중은행들이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헝가리를 낙점하며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동유럽에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줄이어 진출한 만큼 기업금융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헝가리 중앙은행에 부다페스트 대표사무소 개설 인가를 신청했다. 사무소는 올 1분기 내에 승인 절차를 마치고 설립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헝가리 사무소는 하나은행 본사 소속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헝가리 사무소는 영업 활동이 엄격하게 금지돼 있어 현지에 진출한 기업과 현지 금융기관 사이에서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시중은행의 헝가리 사무소 설립은 2021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진출한 후 하나은행이 세 번째다. 이 밖에 KDB산업은행이 헝가리에 유럽 법인을 두고 있다.
시중은행이 헝가리 진출에 공을 들이는 것은 한국 기업들의 동구권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동유럽권에는 폴란드 331곳, 헝가리 243곳 등 우리 기업이 대거 진출해 있다. 특히 헝가리는 독일 BMW와 폭스바겐·메르세데스벤츠 등 전기차 제조 거점인 만큼 한국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와 전후방 기업들의 동반 진출이 활발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금융 지원이 필요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은행들의 현지 기업금융 선점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중 헝가리에 최초로 진출한 신한은행은 이미 과실을 누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함께 신흥에스이씨 헝가리 법인을 대상으로 총 6500만 유로(약 920억 원) 규모의 글로벌 신디케이트론(집단대출) 주선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헝가리 사무소는 딜 소싱을 진행했고 신한은행 두바이 지점이 금융 주선 및 글로벌 대주단 구성을 주도했다.
유럽보다는 동남아 시장에 역량을 집중했던 KB국민은행도 동유럽권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다. 다만 헝가리가 아닌 폴란드에 연내 사무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지 제휴 은행과 협업을 통해 진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