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업계가 중고거래 사업 강화 여부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관련 매장을 입점시키고 사업에 힘을 주자니 ‘고급스러운’ 백화점 이미지를 해칠 수 있고 사업을 안 하자니 중고 시장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백화점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 대신 계열사가 중고거래 사업을 강화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17일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08년 4조 원이었던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1년 24조 원으로 늘어났다. 2025년에는 43조 원 규모로 수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 추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270억 달러였던 전 세계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5년 77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관에 따라 중고거래로 보는 범위가 달라 이 수치로 한국과 글로벌 시장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우상향’ 추세만큼은 같다.
산하에 롯데백화점을 둔 롯데쇼핑(023530)과 신세계(004170)백화점의 신세계그룹은 중고거래 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던 2000년대 초반 각각 중고나라와 중고나라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먼저 롯데쇼핑은 2021년 유진자산운용 등과 공동으로 중고나라 지분 95%를 인수했다. 이듬해 신세계그룹의 벤처캐피탈(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에 투자했다.
업계의 예상과 달리 이후 백화점 업계는 중고거래 시장 공략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업계가 입점시킨 상설 매장은 더현대서울의 스니커즈 리셀 매장 브그즈트랩, 잠실 롯데월드몰의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과 롯데백화점 강남점의 클로젯셰여 점포, 현대백화점(069960) 신촌점의 세컨드 부티크 정도다. 모두 2020~2021년 도입됐다. 지난해 신규 도입한 매장은 없고 팝업만 한시적으로 진행했다. 일례로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6월 빈티지 의류를 취급하는 비바무역과 함께 강남점과 센텀시티점에서 팝업을 열었다.
상황이 이렇자 중고거래 시장은 주로 백화점외 계열사를 통해 공략하는 분위기다. 롯데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은 중고나라 앱과 연동되는 택배 서비스를 이달 초 정식으로 내놓았다. 중고나라 앱에서 물건을 판매한 뒤 배송 정보를 등록할 때 세븐일레븐 택배를 선택하면 택배비까지 한 번에 결제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은 명품, 신상품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아무래도 이미지를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해외는 중고거래 매장을 활발하게 들이는데 우리는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