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이민 짐 싸는 일본인





지난해 1월 일본 아사히신문이 ‘내가 일본을 떠난 이유’라는 기사를 통해 일본에서 해외로 이주해 정착한 자국민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 기사는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해 간호사로 근무하는 40대 여성, 일본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호주로 이민을 가서 현지 기업에서 일하는 30대 남성 등을 소개했다. 이주민들은 “일본의 미래가 밝았다면 외국으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사히신문은 “해외 이주 행렬은 현재 일본이 처한 경제·사회적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0년대 초까지 일본인들은 해외 이주를 선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 경제의 불황이 길어지면서 2003년 이후 해외로 떠나는 일본인들이 늘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기점으로 이민을 위해 짐을 싸는 일본인들이 급증했다. 이때부터 해외 이주자들도 부유층에서 중산층으로 확산됐다. 17일 일본 외무성은 지난해 해외에서 영주권을 받은 일본인이 전년보다 3.18% 증가한 57만 4727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해외 영주권 취득자는 2003년부터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도 매년 이주자 수가 우상향했다”고 보도했다.



이민행(行) 비행기를 타는 일본인들이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다. 호주 멜버른대가 2021년 일본인 이주자 2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일본에 계속 사는 것을 리스크로 보게 된 주요인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연금·의료 등 사회보장제도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라고 답했다. 지난해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4조 2309억 달러로 독일(4조 5000억 달러)에 55년 만에 추월당해 세계 3위에서 4위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이후에는 인도에도 뒤져 5위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일본처럼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 우수 인력 등 자국민들마저 해외로 떠날 수 있다.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규제 족쇄를 풀고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에 속도를 내 인재들이 몰려드는 매력 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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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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