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기업공개(IPO) 시장 첫 번째 ‘대어’ 에이피알이 상장 일정을 2주가량 연기했다. ‘파두(440110) 사태(기술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의 실적 부풀리기 사례)’ 이후 증권 신고서 심사 강도를 높인 금융감독원이 과거 에이피알의 경영 활동 중 발생한 최대주주 지분 정리, 소송 등과 관련해 상세한 설명을 추가하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전날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주 청약 일정을 다음 달 1~2일에서 14~15일로 미뤘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12월 22일 증권 신고서 최초 제출 이후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기관투자가 대상 딜 로드쇼(투자 설명회)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정정 신고서상 청약 주식 대금 납입일이 다음 달 19일로 변경됨에 따라 에이피알의 코스피 입성 시기는 2월 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이날까지 증권 신고서를 제출한 기업 12곳 중 일정 변경이 수반되는 정정 신고서 제출 건수는 에이피알을 포함해 4건으로 늘었다.
당초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에이피알의 증권 신고서 정정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를 근 석 달 만에 잡음 없이 통과했고 최초 신고서 제출 당시 지난해 11월까지 공개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해 실적 논란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문제는 특수 관계자와의 누락된 대여금 거래 내역이었다. 에이피알은 2019년 공동 대표를 맡았던 이주광 씨가 대표직을 사임하면서 매각을 희망한 지분을 특수목적법인(SPC) 넥스트스테이지를 통해 인수했다. 2020년 초 넥스트스테이지는 에이피알로부터 100억 원을 대여해 이 씨에게 대금 일부를 지급했는데 해당 거래 내용이 증권 신고서의 특수 관계자 대여금 거래 내역란에서 빠졌던 것이다. 금감원은 이 내용과 함께 에이피알이 사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해 특수 관계자 간 거래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질 수 있게 조치했다는 점을 명시하도록 요청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감원이 파두 사태 이후 증권신고서상 정량적 경영 지표뿐 아니라 정성적 경영 투명성과 안정성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들여다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에이피알의 상장 일정 연기가 공모 흥행에 나쁘지만은 않다는 관측이다. 에이피알은 정정 신고서에 지난해 12월 가결산 실적을 추가했다. 이에 2023년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31.3% 증가한 5223억 원, 영업이익은 160.7% 증가한 1022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이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신고서에 추가 기재된 내용은 이미 거래소 예비심사 과정에서 소명이 완료된 내용이며 벨류에이션(기업가치)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