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4년내 2.2조달러 대출 만기"…美 상업용 부동산 비상

저금리 대출, 고금리 차환 불가피

사무실 수요 감소…디폴트 위기

내년 연체율 4.9%로 두배 늘 듯

당국 "금융시스템에 파급 우려"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상점에 임차인을 구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AFP연합뉴스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상점에 임차인을 구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AFP연합뉴스




앞으로 4년간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 규모가 2조 2000억 달러(약 2950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 초저금리로 대출을 받은 건물주들이 이제는 고금리로 차환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1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데이터 업체 트렙을 인용해 “지난해 사무실, 호텔 및 기타 유형의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 만기 규모가 5410억 달러(약 725조 원)로 단일 연도 사상 최대 금액을 기록했다”며 “올해부터 2027년 말 사이에도 2조 2000억 달러 이상의 대출 만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에 큰 변동이 없던 시기에 건물주들은 대출 만기가 돌아와도 비슷한 금리로 차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가 2022년 3월 0~0.25% 선에서 최근 5.25~5.50%로 오르면서 이제는 훨씬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야 한다. 설상가상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는 혼합 근무가 정착하면서 사무실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다. 이를 견디지 못한 건물주들이 부동산 매각에 나서면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WSJ는 “사무실 건물뿐만 아니라 다가구주택도 공실률이 늘어나 건물주들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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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유가증권으로 전환된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11월 2.25%에서 올해 4.5%, 내년 4.9%로 두 배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사무실 건물 연체율은 2023년 11월 3.5%에서 올해 8.1%, 내년 9.9%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금융 감독 당국도 상업용 부동산 문제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파급돼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미 재무부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는 지난해 연례 보고서에서 “건물주들이 자금 상환 압박에 시달려 부동산을 매도하기 시작하면 더 광범위한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심지어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세 수입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금융기관이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은행이 상업용 부동산에 직접적인 대출을 해준 것들만 들여다볼 게 아니라 부동산 투자 회사를 대상으로 한 대출도 전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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