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한 혐의를 받는 김광호(60) 서울경찰청장이 19일 재판에 넘겨졌다.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3개월 만에 경찰 내 실질적 2인자로 평가 받는 서울경찰청장이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김정훈 부장검사)는 19일 오후 김 청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청장은 이태원 핼러윈데이 다중 운집 상황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을 예상했음에도 적절한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고 지휘·감독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아 참사 당일 사상자 규모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참사 당일 서울청 112상황관리관으로 당직 근무를 한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 정대경 전 서울청 112상황3팀장 등 2명도 김 청장과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이미 재판 중인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은 증거인멸교사죄 등 혐의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위반죄로 추가 기소했다.
다만, 검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최성범 전 용산소방서장과 이봉학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 기소한 5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기소된 18명 등 21명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소 유지해 피고인들의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가 내린 결론과 같은 내용이다. 앞서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15일 수심위를 소집하고 김 청장의 기소 여부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당시 서부지검은 김 청장에 대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 의무가 없다”며 불기소 의견을 피력했으나, 수심위 현안위원 15명 중 9명은 김 청장의 과실이 인정된다며 기소 권고 의견을 전달했다. 최 전 서장에 대해서는 불기소 권고안을 의결했다.
결국 서부지검도 이 같은 내용을 검토해 김 청장을 재판에 넘기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냈다. 검찰이 수심위의 결정을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간 수심위의 기소 의견이 뒤집힌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경찰청은 김 청장이 기소됨에 따라 대기발령이나 직위해제 등 조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직위해제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