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마약에 취한 채 차량을 몰다가 20대 여성을 치어 사망하게 한 운전자인 이른바 '롤스로이스남'에게 법원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모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의사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고 주장하지만 목격자가 여럿 있었음에도 현장을 벗어나는 이유를 고지하지 않고 119 도착 전 임의로 이탈한 점을 보면 이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케타민 약물 영향으로 운전하지 말라는 의사의 지시를 무시했고, 피해자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사고를 당해 죄책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중하다"며 "범행 직후 증거인멸에 급급했으며 체포 과정에서도 피해자를 보며 웃는 등 비정상적인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요즘 우리 사회에서 늘어나는 마약 투약으로 무고한 사람이 피해받을 수 있으므로 마땅히 중형을 선고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신씨는 지난해 8월 2일 오후 8시1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인근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가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다치게 하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3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25일 끝내 사망했다. 신씨는 범행 당일 시술을 빙자해 인근 성형외과에서 미다졸람, 디아제팜 등 향정신성 의약품을 두 차례 투약한 뒤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신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선고 직후 피해자 측 대리인 권나원 변호사는 "신씨의 마약류 쇼핑 의혹 부분들이 아직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항소심에서 충분히 공유돼 더 중한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이어 "신씨가 끝까지 범행을 인정한다든가 잘못을 뉘우친다든가 하는 입장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합의를 위한 연락이나 만남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