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자원민족주의가 확산하고 있지 않습니까. 광물 패권국인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선광·제련 기술 고도화와 자원 재활용 기술 등 기술 패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원장은 2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감축으로 기관의 고유 사업비가 많이 삭감돼 어렵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연구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탈중국 공급망 전략을 화두로 제시했다.
KIGAM은 카자흐스탄·몽골·베트남·호주·캐나다·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에 리튬과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탐사·채광·선광·제련 기술을 유·무료로 이전해 현지 생산한 뒤 한국 기업에 수출하도록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중국이 중앙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에서 광물을 가져가지만 기술이전은 해주지 않는 것과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자원 부국이 원하는 핵심 광물 제련, 원료 소재 제조 기술 역량을 확보했고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도 이전한 경험이 있다”며 “올해 3월 4~6일 주요 자원을 보유한 7개국의 자원 기관 관계자 등을 서울로 초청해 ‘핵심 광물 국제포럼’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KIGAM은 현재 비증발 리튬 추출법인 DLE(Direct Li Extraction)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기존 염수 증발법에 비해 기간 단축과 생산량 확대를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 호수의 경우 리튬 함유 염호에서 염수를 끌어올린 뒤 햇볕에 말려 리튬 농축액을 얻는데, 탄소 배출이 광석 채굴 공정보다 적지만 지하수 고갈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 원장은 “저탄소 공정과 폐배터리에서 리튬·흑연 등을 추출하는 재활용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10년 내 쏟아져나올 폐배터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KIGAM은 중국이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저탄소 녹색 광물 공정 기술도 선도하기로 했다.
KIGAM은 인공지능(AI) 기술로 국내 지역의 자원 탐사에도 나서고 있다. 이 원장은 “AI 핵심 광물 탐사 기법을 고도화해 리튬·니켈 등 자원을 찾고 자원량도 정교하게 예측하면서 저개발 자원 부국에 적용할 수 있다”며 “해외 광물 자원 확보와 국내 휴·폐광산 재탐사를 통해 광물 자원 기술 패권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