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에서 낙태가 전면 금지된 후 히스패닉계 여성의 출산율이 유독 가파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영향으로 텍사스주 10대 청소년의 출산율은 15년 만에 반등했다.
미국 NBC 방송은 25일(현지시간) 휴스턴대 여성·젠더·성 연구소가 지난 주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2021년에서 2022년 사이 라틴계 여성의 출산율이 모든 연령대에서 다른 인종, 민족 집단에 비해 가장 크게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텍사스주 히스패닉계 여성의 출산율은 2022년에 전년 대비 5.1% 증가한 반면, 비히스패닉계 백인 여성은 0.2%, 흑인 여성은 0.6% 감소했다. 히스패닉계 여성의 출산율이 크게 늘며 2022년 텍사스주 전체 출산율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2% 상승했다.
연구진은 15년 만에 반등한 텍사스주 청소년 출산율에 주목했다. 텍사스주 15~19세 청소년의 출산율은 2021년 1000명당 20.32명에서 2022년 20.4명으로 0.39% 늘었다. 텍사스주의 청소년 출산율은 2007년부터 2021년까지 계속 감소했지만 추세가 바뀌었다. 미국의 다른 주에서 청소년 출산율이 같은 기간 1000명당 13.94명에서 13.62명으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특히 인종별로 보면 텍사스주 히스패닉계 청소년의 출산율은 2021년 1000명당 27.22명에서 2022년 27.56명으로 늘어 1.2%의 상승률을 보였다. 비히스패닉계 흑인 청소년의 출산율도 같은 기간 22.29명에서 22.41명으로 0.5% 늘었다. 반면 비히스패닉계 백인 청소년은 같은 기간 1000명당 11.71명에서 11.13명으로 5% 하락했다. 아시아계 청소년의 출산율은 8.2%나 증가했지만 1000명당 출생아 숫자가 2021년 1.42명, 2022년 1.58명으로 워낙 적다.
연구진은 이 같은 수치에 대해 히스패닉 여성들이 낙태 관련 치료를 받는 데 다른 인종보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풀이했다. 엘리자베스 그레고리 연구소 소장은 "(낙태 금지) 정책 결정이 현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정치인들이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1년부터 임신 6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던 텍사스는 2022년 연방 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자 임신 중 모든 기간에 낙태를 금지하는 법을 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