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착취 청문회 나선 저커버그 "모든 일에 사과드린다"

"어느 누구도 여러분의 가족들이 겪은 일들을 경험해서는 안 됐습니다. 겪으신 모든 일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정장 차림의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이 같이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방청객들을 바라보며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전한 사과에 방청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3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상원 법사위원회 ‘빅테크와 온라인 아동 성 착취 위기’ 청문회의 한 장면이다. ‘소셜미디어(SNS)에서의 아동 보호’를 주제로 개최된 이날 청문회에서는 주요 SNS 플랫폼들이 아동 보호에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청문회에서는 SNS를 통한 성 착취와 마약 중독 피해를 입는 사례를 포함해 극단적으로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미성년자의 사례까지 소개됐다. 방청석에 앉은 피해자의 가족들은 자녀의 사진을 끌어 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4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청문회에는 저커버그 CEO를 비롯해 에반 스피겔 스냅챗 창업자, 추쇼우즈 틱톡 CEO, 린다 야카리노 X(옛 트위터) CEO, 제이슨 시트론 디스코드 CEO 등 주요 플랫폼 기업 최고경영진이 대거 참석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 20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메카와 저커버그 CEO를 향해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은 “여러분은 사람을 죽이는 제품을 만들며 손에 피를 묻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샤 블랙번 공화당(테네시) 의원은 메타가 10대 이용자 평생 가치를 270달러로 추정한다는 내부 문서를 제시하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텍사스) 의원도 “인스타그램이 음란 콘텐츠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저커버그 CEO의 사과는 조쉬 하울리 공화당(미주리주) 의원과의 대화 중에 이뤄졌다. 하울리 의원이 “현장의 피해 아동 부모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자, 저커버그 CEO는 자리에서 일어나 피해자 가족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러한 부정적 경험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에 투자하고 있다”며 “의회가 미성년자 연령 확인을 위한 법안을 마련해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내달 4일 서비스 20주년을 맞는다. 약관의 나이에 페이스북을 창업한 저커버그 CEO도 불혹을 앞두고 있다. 세 딸을 두고 있는 저커버그 CEO가 성숙한 대응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장에 참석한 다른 플랫폼 기업 CEO들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스냅챗에서 미성년자가 마약을 구매한 뒤 사망한 사례를 접한 스피겔 CEO는 “이런 비극을 막지 못해 너무나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추쇼우즈 CEO는 틱톡이 어린이 안전을 위해 올해만 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야카리노 CEO는 미 의회가 초당적 입법을 추진 중인 ‘아동 성 학대 방지법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유튜브 운영사인 구글과 애플측 경영진이 참석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뉴욕타임스(NYT)는 “10대 중 7명이 매일 유튜브를 사용하지만 청문회에 참석한 틱톡은 58%, 스냅은 51%, 인스타그램은 47%에 불과하다”며 “아동 학대 자료를 아이폰에서 스캔하겠다는 약속을 철회해 시민단체 분노를 산 애플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