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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KCGI, DB하이텍 사외이사 추천한다

블록딜 협상 과정서 사실상 약속 받아

기업 출신 반도체 전문가 등 추천할 듯

사외이사 4인 중 1인 다음달 임기 만료

DB하이텍 부천캠퍼스 전경. 사진제공=DB하이텍DB하이텍 부천캠퍼스 전경. 사진제공=DB하이텍




한국판 행동주의 펀드로 불리는 KCGI가 올 3월 DB하이텍(000990)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를 추천한다. KCGI는 지난해 말 보유 중이었던 DB하이텍 지분 중 상당 물량을 DB그룹 지주회사 격인 DB아이앤씨에 매각해 사실상 DB그룹과의 인연이 끝나는 듯했지만 이사회 진출을 통해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GI는 조만간 DB하이텍 측에 이사회 사외이사 후보 1명을 추천할 예정이다. DB하이텍은 이달 12일까지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받은 뒤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 사외후보추천이사회를 통해 후보를 확정한다.

보유 지분의 상당 부분을 매각하며 DB에 대한 행동주의 캠페인을 종료했던 KCGI가 사외이사 추천에 나선 것은 DB와 블록딜을 성사시킬 당시 이를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당시 거래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블록딜 당시 KCGI가 이를 제안했고 DB 측도 지나치게 급진적 인사만 아니면 최대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KCGI는 DB하이텍의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반도체 전문가 등을 추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상법상 6개월 이상 0.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면 이사 선임 등에 관한 주주 제안이 가능한데 KCGI는 DB하이텍 지분 1% 이상을 1년 가까이 보유하고 있어 자격을 갖췄다.




현재 DB하이텍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조기석 대표, 양승주 부사장)과 사외이사 4명(김준동 법무법인 세종 고문,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배홍기 서현회계법인 대표, 정지연 경북대 생태환경대학 부학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황 교수의 임기가 다음 달 26일 만료된다.



KCGI는 지난해 3월 말 지분 취득 사실을 알린 후 DB하이텍에 대한 강도 높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DB 측의 반응이 미미하자 회계장부 및 이사회 의사록 열람 등을 요구하는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하며 압박했지만 소 제기 이후 반 년 만에 DB에 보유 지분 7.05% 중 5.63%를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2대주주였던 지위도 1.42% 지분의 소액주주로 내려왔다. 당시 매각가는 총 1650억 원. 주당 거래 가격은 6만 6000원으로 KCGI의 매입 평균 단가가 5만 60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약 18%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당시 KCGI는 DB하이텍 측이 블록딜 조건이었던 ‘경영혁신 계획’을 이행하기로 약속한 만큼 소모적인 대립이 불필요하다는 판단에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DB하이텍은 블록딜이 이뤄진 뒤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친화 정책 강화를 골자로 하는 경영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서 DB의 DB하이텍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12.42%(551만 2783주)에서 18.05%(801만 2783주)까지 높아졌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지분 매입 부담도 한결 덜었다는 평가다.

박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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