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의 최대 변수로 꼽혔던 ‘제3지대 빅텐트’가 성사됐다.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등 4개 세력들은 거대 양당에 맞서 통합 정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김용남 개혁신당 정책위의장·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이원욱 원칙과상식 의원은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제3지대 통합신당 합당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당명은 개혁신당으로, 당 대표는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 체제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총선을 지휘할 총괄선대위원장도 맡게 됐다. 지도부 명칭은 최고위원회로 하되 최고위원은 4개 세력이 각각 1명씩 추천하기로 했다. 개혁신당은 연휴 직후 통합신당 합당대회를 열어 관련 절차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양 기득권 정당 심판해 달라”
이원욱 의원은 “설 연휴 밥상에다 풍성하게 맛있는 음식을 올려드리겠다는 약속을 끊임없이 해왔는데, 드디어 3개 정당, 1개 그룹의 합의로 국민들께 풍성한 선물을 드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창당’ 움직임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양당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종민 공동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양 기득권 정당을 뛰어넘는 새희망, 새미래를 열어야한다는 일념으로 여러 우려와 걱정을 다 안고 대통합을 결단했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이번 총선을 통해 오만과 독선 그리고 위성정당 창당을 서슴지 않고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양 기득권 정당의 반칙에 대해 분명하고 준엄한 심판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남 정책위의장은 “이제 선거가 두 달여 정도 남은 상황에서 제3지대에 있던 각 정치세력이 하나로 뭉쳐 하나의 당으로 이번 총선에 임하게 됐다”며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면서도 거대 정당이 각기 ‘위성정당 내지 위장정당을 만들어 선거를 임하겠다’는 반칙에 대해 제3지대 모든 정치세력들이 힘을 합쳐서 상식과 원칙을 지키는 자세로 이번 선거에 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금태섭 대표도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 모순은 편 가르기를 하고 목적을 위해서 편법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선거에 이르기까지 생각의 차이가 있어도 오늘 같은 모습으로 합의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당명 놓고 이견보이다 이낙연 ‘통 큰 양보’
양당 출신의 쟁쟁한 정치인들이 모인 곳인 만큼, 합당 과정에서는 적잖은 진통이 있었다. 이들은 전날 밤까지 통합을 위한 ‘제3지대 원탁회의’를 열었지만 주요 쟁점에서 이견을 보였다. 특히 통합신당의 당명과 지도부 체제 등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아침 서울 용산역 앞에서 합동 귀성인사를 한 뒤 이어진 회의에서 양당에 맞서기 위해서는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며 이준석 공동대표가 이끌던 기존 개혁신당 명칭으로 합당을 전격 발표했다.
금 대표는 “당명은 ‘여론조사로 정하자’, ‘공모를 통해 정하자’ 등 여러 이야기 있었는데, 이미 늦어진 통합을 서두르기 위해서는 지금 나와있는 당명 중에 하나틀 선택하기로 했다”며 “당명이 중요한 게 아니라 힘을 모으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합의문 발표 기자회견 시간이 계속 늦춰진 이유는 당명 결정과 관련돼 있다”며 “이낙연 공동대표의 통 큰 양보와 결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당초 새로운미래와 원칙과상식의 통합 과정에서도 당명을 '개혁미래당'으로 하는 데 대해 당원 반발이 심해 새로운미래는 당명 결정에 힘들어했다”며 “그러나 김종민 대표가 일차 결단을 했고, 이어 이낙연 공동대표도 큰 결단을 해줬다”고 했다.
이낙연 공동대표도 합당 발표 후 SNS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통합협상의 맨 마지막 문제는 당명이었다. 저희가 써 왔던 ‘새로운미래’라는 이름에 많은 당원과 지지자들께서 깊은 애착을 갖게 되셨다. 저 또한 그 이름이 좋았다”면서도 “당명 줄다리기로 설 연휴를 보내면 신당 전체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며 개혁신당을 받아들인 이유를 설명했다.
“양당 지지율 상승은 일시적…개혁신당 올라갈 일만”
이낙연 공동대표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배경에 대해서는 “이낙연 대표가 국무총리도 하고 (민주당) 당 대표도 해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느냐”며 “선대위원장은 유세나 국민에 호소하는 역할인데 그런 점에서 의견이 모이게 됐다”고 김 정책위의장은 설명했다. 이 의원은 “노·장·청의 조화로운 지도부 구성 차원에서 이 대표에게 공동대표와 총괄선대위원장을 부탁하게 됐다”며 “이 대표는 모든 직을 안 맡겠다고 했으나 그 부탁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김 공동대표는 향후 과제로 “일단 당헌·당규나 총선 공약에 대한 합의와 공관위 인선에 대한 구성 절차가 있을 것”이라며 "해당 절차 일체를 새 지도부가 통합 추진 기구를 만들어 바로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낮은 지지율에 대해서는 “지금 지지율은 큰 의미가 없다. 총선 지지율은 공천이 끝난 뒤가 중요하다”며 “설 전에 합당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지역구 출마 정당으로 가려면 지금 통합해야 되기 때문이다. 비례정당으로 가려면 3월에 해도된다. 지역구에서 양당의 독점정치를 깨는 좋은 후보를 발굴하겠다는 게 통합의 가장 큰 이유다”고 강조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제3지대 정당의 지지율이 내려가고 거대 양당은 올라간 여론조사 결과는 양당이 경선 돌입 전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지층의 샘플이 과다표집된 영향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른바 프리경선 과정에서의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된다”며 “3지대가 하나의 정당 안에 뭉쳐 이번 총선에 임하게 됐기 때문에 이제 개혁신당의 지지율은 앞으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기대했다.
두 공동대표의 총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그 이야기는 일체 나눈 바 없다”며 “두 분 모두 출마에 대한 생각을 갖고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동시에 겨냥하며 “대한민국을 검찰폭주와 방탄의 수렁에 빠뜨린, 무능하고 타락한 거대양당의 독과점 정치를 깨뜨리겠다”며 “특정 정치인을 보호하는 정치에서 국민의 삶을 보호하는 정치로 바꾸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