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르게 지하철역으로 출근해 보았습니다. 저는 서울경제신문 강신우 PD이고요. 최근 떠오른 ‘지하철 무임승차 이슈’를 다뤄보기 위해 카메라 들고 나온 거죠. 제가 방문한 곳은 1호선과 2호선이 교차하는 서울 지하철 신도림역입니다. 출근 시간이다 보니 사람이 정말 많더군요. 촬영 시작 5분 만에 개찰구를 그냥 넘어가버리는 아저씨를 만났지만. 이런 무임승차를 취재하려던 건 아닙니다.
제가 왜 나왔느냐, 오는 4월에 실시되는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창당 첫 공약으로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겠다”라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노인이 아닌 분들은 잘 모르실 테니 잠깐 설명드리자면. 우리나라는 만 65세가 되는 모든 노인들에게 지하철 운임을 100% 면제해 줍니다. 이렇게 하는 나라는 사실상 우리나라밖에 없죠. 함께 나온 인턴 PD가 해외 사례를 조사했다고 해서 물어봤습니다.
“미국 뉴욕과 독일에서는 노인에게 50%의 대중교통 할인 혜택을 부여하고 있었고. 영국에서는 오전 9시 이후나 주말 및 공휴일에만 10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프랑스는 월소득 296만 원 미만인 노인에게만 100% 할인권을 제공하고요. 일본은 대중교통 연간 무제한 이용권을 약 20만 원(저소득자는 1만 원)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턴 PD)
혜택을 줬다 빼앗는 건 쉽지 않습니다. 지하철을 이용하시는 다양한 노인 분들과 직접 얘기를 나눠봤는데요. 대체로 이런 반응들이셨습니다. “65세까지 세금 다 냈고 이제 3년 정도 혜택 봤는데 무료 혜택을 없앤다고 하면 섭섭하다”(천안시 거주 69세 남성), “우리는 어디서 써주지도 않고 돈을 못 버는데 지하철 요금 내기는 조금 부담스럽다”(구로구 거주 67세 여성), “할 일 없이 왔다 갔다 하시는 어르신들 정말 많이 보지만 무임승차 제도가 사라지면 그분들은 어떡하느냐”(신도림역 매점 판매원).
우리나라에서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처음 시행된 건 벌써 40년 전 얘기입니다. 1980년 만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지하철 요금 50%를 할인해주었다가, 전두환 전 대통령 때인 1984년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하철 요금을 100% 면제하기 시작했죠. 당시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4.1%. 지금은 16.6%에 육박하고 평균 수명도 83세로 높아졌습니다. 오는 2030년이면 노인 인구 비율은 30%를 넘어서게 되죠. 이준석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꼭 필요한 변화”라고 강조하며 “현재의 무임승차 제도는 수명을 다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혜택을 받는 노인들이 점점 늘어나는 동안 도시철도의 적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서울 지하철의 적자는 2021년 9957억 원, 2022년 1조 2600억 원으로 늘어났고 현재까지 총 누적 적자 규모도 17조 6808억 원이나 된다고 하네요. 이준석 대표는 낡은 제도는 폐지하는 대신 버스나 택시도 이용 가능한 연 12만 원짜리 선불카드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청년들은 어떤 입장인 지도 물어보았죠. “우대를 받는 사람들이 더 적어지도록 기준 나이를 조금 더 높이는 게 나을 것 같다”(지나가던 10대 학생), “요즘 65세면 일을 못 할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20대 직장인),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니까 돈을 내는 게 맞다, 제가 나이를 먹어도 돈 내고서 지하철이든 버스든 타고 다닐 생각이다”(곧 30대 은행 직원).
이 이슈는 먼 나라 미국 뉴욕타임스에서도 조명한 바 있습니다. 지난 40년 간 논란 속에 유지돼왔던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다시 한번 논의 테이블에 올라온 만큼 이번에는 사회적인 합의가 정말 제대로 진행됐으면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