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불어닥친 ‘국가주의적 보수주의(national conservatism)’가 자유시장과 '작은 정부', 세계화로 표상되는 기존 보수주의를 밀어내고 득세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5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에서 국가주의적 보수주의의 위험성이 날로 커지고 있어 기존 자유주의가 시급히 반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자유시장 경제 중심의 새로운 보수주의를 세웠다. 하지만 오늘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등은 이런 보수주의 정통성을 파괴하고 대신 국가를 개인보다 우선시하는 국가주의적 보수주의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큰 정부'에 회의적이었던 기존 보수주의와 달리 국가주의적 보수주의자들은 일반인들이 비인간적인 세계적 세력에 의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국가가 그들의 구원자라고 규정한다.
국가주의적 보수주의는 자유시장이 엘리트들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고 의심하고 이민에 적대적이며, 다문화주의 등 다원주의를 경멸한다.
일각에서는 이런 국가주의적 보수주의 흐름이 시대적 조류와 맞지 않은 만큼 결국 사그라들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 폐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더구나 전세계 주요국에서 이들의 집권이 유력해지고 있다는 점은 위험 신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으며, 6월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극우의 약진이 예상된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12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지지율이 23%까지 치솟는 기록을 세웠다. 프랑스에서는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이 2027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꽤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책이 실패해도 세계주의자와 이민자 등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들은 책임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여기에다 국가주의적 보수주의자들은 집권에 성공하면 법원, 대학, 언론 등 각종 기관을 장악해 지배 세력으로 군림할 수 있다. 문제는 시민을 위해 기능해야 하는 국가기관들이 취약해지면 이를 복구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존 자유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이 국가주의적 보수주의를 다루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특히 과거 노예제도 폐지 운동, 페미니즘 운동, 사회주의 운동의 성과를 언급하면서 자유주의의 큰 강점은 적응 능력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