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문화사에 한 획을 그은 ‘학전블루소극장’이 다음 달 15일 문을 닫는다. 지난 1991년 3월 15일 개관한 이후 33년 만이다.
학전은 22일 “학전이 주최하는 마지막 공연인 학전 어린이 무대 ‘고추장 떡볶이’(2월 24일 종연)와 33팀의 가수 및 배우들이 마련한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끝으로 그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1991년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학전 소극장으로 출발한 학전은 33년간 총 359개의 작품을 기획·제작해오면서 수많은 공연 예술인의 성장 터전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암 투병으로 학전블루 소극장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소식을 접한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학전의 사정이 외부로 알려졌다. 학전은 어린이 작품 등을 제작하면서 오랜 시간 적자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다행히 지난 12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3월부터 학전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민간 위탁으로 지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학전의 이름을 계속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합의가 불발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당초 창작공간 활성화 지원 사업을 위해 학전 소극장을 학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한 공간으로 운영하고자 했으나, 학전 측은 이에 대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어린이와 청소년, 신진 음악인을 위하는 김민기 대표의 뜻을 이어가되, 학전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독자적인 공간으로 운영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민기 대표는 “모두 다 그저 감사하다, 고맙습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학전은 학전블루와 학전그린 소극장을 운영하면서 ‘김광석 콘서트’,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등 라이브 콘서트 문화의 시발점이 되었고, 연극, 대중음악, 클래식, 국악, 무용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공연 공간으로 동시대인의 삶과 시대정신을 녹여내는 소극장 문화를 개척했다. 특히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한국 공연문화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이다. ‘모스키토’, ‘의형제’, ‘개똥이’ 등 우리의 정서와 노랫말이 살아 숨 쉬는 완성도 높은 한국적 뮤지컬을 선보이며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