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동지형을 양분하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22대 총선 정책에서 정년연장을 두고 인식 차이를 보여줬다. 이 차이가 앞으로 노동 시장에서 가장 논쟁적인 지점이 될 정년연장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3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따르면 두 노총은 이달 22대 총선요구안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발표한 요구안에서 22대 국회의 핵심 역할을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 보장 등 두 가지로 제안했다. 7일 요구안을 먼저 공개한 한국노총도 민주노총처럼 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동권을 강화하고 국가가 정책적으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뚜렷하다.
이로 인해 양대 노총의 총선요구안은 대부분 겹친다. 민주노총 핵심안은 7가지다.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 개정,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초기업 교섭 제도화, 주 4일제 및 노동시간 상한제 도입, 부자증세와 복지재정 확대, 의료·돌봄·에너지 분야의 국가책임 공공성 강화다. 한국노총의 7가지 핵심안도 사회연대 입법 법제화(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노조법 2~3조 입법, 주5일제 도입 및 장시간 압축노동 근절, 산업·업종별 교섭 및 사회적 임금체계, 지역 중심 돌봄서비스 공공성 강화, 공공의료 인력확대 등이다.
양대 노총 요구안의 가장 큰 차이는 정년 연장이다. 한국노총은 공적 노령연급 수급연령과 맞춰 65세 정년연장 법제화를 22대 총선에 핵심안 중 하나로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작년 정년연장 입법청원을 하고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서 논의 의제로 꺼낼 만큼 정년연장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반면 민주노총의 이번 요구안에는 정년연장이 담기지 않았다.
이는 양대 노총이 정년연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서다. 한국노총은 정년연장을 원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너무 빠른 고령화와 저출산이다. 이런 변화는 노년부양비를 증가하는 결과를 낳는다.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정년 연장 논의를 하자는 것이다. 법정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 차이도 정년연장의 근거다. 연금 수급개시연령은 2033년부터 65세로 바뀐다. 현행 정년 60세와 비교하면 5년이란 수급 공백이 발생한다. 한국노총은 고령층의 빈곤도 우려한다. 우리나라는 일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고령층이 너무 많다. 고령층이 더 질 좋은 일자리를 오래 유지하려면 정년연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정년연장을 요구하지 않은 이유는 정년연장이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 근로자에게 혜택 쏠림이 일어난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는 우리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맥락이 닿아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대기업·정규직이 만든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이 형성한 2차 노동시장으로 나뉜 층을 뜻한다. 우리 노동시장은 대기업·정규직이 임금 100을 벌면 중소기업·비정규직은 50~60에 불과할 만큼 임금 격차가 심한 상황이다. 경영계도 정년 연장이 되면 청년과 비정규직의 일자리 진입이 더 어려워져 임금 격차가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 중 대기업이 정년연장을 원하는 상황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정년연장이 비정규직에게 도움이 되는지 고민인 상황에서 전체 근로자를 대변하는 민주노총이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