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에 재미를 느껴 진로를 고민하다 42경산을 찾게 됐습니다.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빠르게 학습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지난 23일 경산이노베이션아카데미가 입주한 경북 경산시 대구대학교 창파도서관. 휴게실에 삼삼오오 모인 교육생들 간에 활발한 토론이 진행 중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박찬영(15)군은 “졸업 후 프랑스에서 일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장 중심의 실무형 인공지능(AI)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경산이노베이션아카데미가 지난해 7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SW) 교육 기관인 프랑스 에꼴42로부터 교육 라이센스를 획득하면서 ‘42경산’ 과정이 마련됐다. 박 군은 42경산 제1기 가운데 최연소 교육생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SW 전문가를 목표로 올해 경산이노베이션아카데미에 입학했다.
42경산이 지난 22일 1기 교육생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23개월 간의 본교육 과정에 본격 돌입했다. 에꼴42는 경산을 포함해 파리, 런던, 베를린, 도쿄 등 전 세계 50곳에 글로벌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경산에 둥지를 텄다. 교육공간인 창파도서관은 리모델링을 거쳐 3곳의 학습공간에 380여대의 컴퓨터 등 교육 인프라를 구축했다. 교육공간 임대료는 경산시가 지원한다.
이헌수 경산이노베이션아카데미 학장은 융합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챗GPT 등 초거대 인공지능(AI)이 나오면서 단순한 코딩은 AI가 훨씬 잘 한다”며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그 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는 융합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서로 다른 하드웨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하는데, 42경산을 통해 이를 실현할 창의적인 융합형 SW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것이 이 학장의 포부다.
에꼴42 미국 미네르바스쿨 등과 더불어 세계 3대 혁신 교육기관으로 손꼽힌다. 앞서 1기 교육생 모집에는 전국에서 1300명 지원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1차·2차 라피신(집중교육 과정)을 수료한 학생 중 121명이 최종 교육생으로 선발됐다. 교육생 가운데는 대구‧경북 출신이 65명(54%)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서울·경기권 출신도 29명(24%)이나 된다. 전공‧경력에 상관없이 교육생을 선발하다 보니 SW 전공자부터 음대 졸업생까지 다양한 인력들로 구성됐다.
2년 짜리 비학위 과정인 42경산 프로그램은 교수·교재·학비가 없는 이른바 ‘3무(無)’ 교육이 특징이다. 게임처럼 단계별로 과제를 수행하며 교수와 교재 없이 동료들과 함께 학습하고 평가하는 방식으로 교육과정이 진행된다. 수동적이고 정형화된 기존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나 교육생 간 소통과 협업을 토대로, 단계적 과제 수행을 통해 실전 역량을 높이게 된다는 게 아카데미 측 설명이다.
기업과 연계한 프로젝트 과제 운영은 물론 전 세계 42캠퍼스 네트워크를 통한 교류도 진행된다. 교육생은 월 100만 원의 교육지원금과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된 학습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 학장은 “도전 의식이 높은 교육생이 협업을 통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무한 확장될 것”이라며 “이렇게 양성된 인재가 세상에 없는 혁신 기술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3개월의 교육과정을 수료 후에는 SW 관련, 취업과 창업 투트랙으로 진로 결정된다. 경산이노베이션아카데미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인 발레오 모빌리티 코리아, DGB 대구은행, 대경ICT산업협회 등 15개 기관과 SW 인재양성 활성화 협약을 맺고 있다.
이 학장은 한국IBM과 벨 캐나다연구소, 미국 시스코 본사,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에서 40년간 일했다. 2015년부터는 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글로벌 혁신센터에서 초대 센터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는 “42경산에 글로벌 성장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최근 국제적인 기업가 정신 교육기관인 미국 UC버클리 공과대학 부설 SCET(Sutardja Center for Entrepreneurship & Technology)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