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각각 민주당·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확정 지으며 대선 재대결이 공식화됐다. 이날 대선 후보로 지명되는 데 필요한 각 당의 대의원 과반을 확보하면서 투표일인 11월 5일까지 장장 8개월간 ‘마라톤 선거전’에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바이든의 고령 논란과 낮은 지지율,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에 따른 자금난 우려 등 적지 않은 변수가 남아 있다. AP통신은 “앞으로 8개월간 재대결은 미국의 정치·문화적 분열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른바 ‘미니 슈퍼 화요일’인 이날 열린 조지아·미시시피·하와이·워싱턴주 경선에서 모두 승리해 전체 대의원 3932명 중 2107명을 확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날 같은 주에서 열린 경선에서 모두 이기며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인 1215명을 웃도는 1228명을 모았다. 대선 후보 간 재대결은 1956년 공화당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와 민주당의 애들레이 스티븐슨 간 대결 이후 68년 만에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확정 직후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유권자들은 이제 민주주의를 수호하거나 다른 이들이 무너뜨리게 할지, 우리의 자유를 극단주의자들이 빼앗게 내버려둘지에 대해 선택권을 갖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영상을 올려 “축하할 시간이 없다”면서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인 바이든을 꺾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이번 대선은 상대 후보에 대한 극도의 반감과 혐오, 각종 리스크를 안고 치러지는 ‘비호감 선거’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대다수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데다 1월 공개된 미국 매사추세츠대 여론조사에서도 전·현직 대통령의 리턴매치가 국가 전체에는 좋지 않다는 응답이 45%에 달했다. CNN은 “양당이 올해처럼 조기에 후보를 확정했던 2000년·2004년 대선 때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선택에 열광한 반면 이번에는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바이든·트럼프 이외의 선택지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민주당 전통 지지층을 단속하는 것은 물론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고령 리스크를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 지난주 국정연설에서 거침없는 쇼맨십을 보여주며 어느 정도 잠재웠지만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이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 유출 및 불법 보관 의혹을 수사했던 로버트 허 전 특별검사는 이날 하원 청문회에서 ‘기억력이 나쁜 노인’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기술은 수사에 기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공개된 조사 진술 녹취록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유출된 기밀문서의 보관에 대한 구체적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혀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한다. 장남 보 바이든이 숨진 시기를 헷갈리는 내용도 포함돼 고령 리스크가 다시금 불거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대 약점은 총 91개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만 4개에 달하는 ‘사법 리스크’다. 특히 ‘자산 부풀리기’ 사기 의혹과 관련해 4억 5000만 달러에 달하는 재판 공탁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재정적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공탁금을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원고인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공탁금 전액을 맡기는 게 불필요하다는 피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합당한 이유가 없다”며 반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