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 중 20대의 비중이 가장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규 주식 계좌 개설 기준으로 20대 투자자 비중은 기존 대비 최대 12%포인트가량 증가했다. 부동산 투자를 통한 부의 계층 사다리 이동에 가로막힌 젊은 세대들이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서울경제가 KB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 3사에 의뢰해 밸류업 발표 이후 2달여간(1월 24일~3월 24일) 신규 개설된 주식 계좌 33만여 좌를 분석한 결과 20대의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지난달 14일 발표한 2023년 12월 결산 기준 상장법인 개인 소유자의 연령별 분포에서 20대의 비중은 11.0%에 그쳤다. 하지만 밸류업 발표 이후 2개월 동안 새로 개설된 계좌 중 20대 비중은 미래에셋증권이 23.58%에 달했고 NH투자증권 22.32%, KB증권이 19.97%를 차지했다.
반면 60대 이상의 비중은 최대 13%포인트 줄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주식 보유자의 60대 이상 비중은 19.7%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두 달여간 주식계좌를 개설한 투자자 중 60대 이상의 비중은 미래에셋증권이 6.13%, NH투자증권이 7.99%, KB증권이 15.03%에 그쳤다. 50대의 비중도 증권사별로 4~5%포인트씩 소폭 감소했다. 밸류업 발표 직전 240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2달여 만에 2700을 돌파하는 등 호황을 보이자 주식에 관심을 보이는 젊은 세대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20대들은 특히 공모주 청약 등을 노리고 주식시장에 뛰어든 경우가 많았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주식 계좌 가입자가 소폭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특히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더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NH투자증권의 경우 지난달 13일 케이웨더 공모 청약 당시 20대 주식 계좌 가입자는 전날 대비 273.4%, 26일 케이엔알시스템 공모 청약 때는 231.5% 증가했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유럽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중 새내기주의 상장 첫날 주가 상승률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10일 총선을 앞두고 젊은 개미를 겨냥한 각종 선심성 공약을 내놓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금투세를 부과하는 대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혜택을 크게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들썩이자 이에 대한 공약도 쏟아지고 있다. 국힘은 내년 1월 적용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투자 소득 과세 시행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민주당은 현재 금융 당국이 금지하고 있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발행 등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