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국민의힘 중앙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한동훈 원톱’ 체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장동혁 사무총장의 숨은 역할이 뒤늦게 평가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순탄했던 공천부터 본격적인 선거전 지원에 이르기까지 총선 전반에 관여하며, 여당의 ‘안방 마님’으로 1인 다역을 무난하게 소화해내면서다. 여당 내에서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국을 종횡무진하며 선거 운동을 할수 있는 배경에도 후방에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온 장 총장의 ‘희생’이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 총장은 2월 초부터 3월 중순까지 총 20차례에 걸쳐 공천 관련 언론브리핑을 가졌다. “설명할 수 없는 공천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에 따라 장 총장이 직접 나서 마련한 자리다. 그는 매일 오전 7시 30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수많은 기자들로부터 쏟아지는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장 총장의 ‘입’을 통해 여당의 공천 과정이 생중계되면서 매 선거 때마다 불거졌던 ‘밀실 공천’ 논란도 최소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 총장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도 ‘쓴소리’를 하며 공천의 투명성을 높였다. 회의 과정에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 내려졌을 때 그는 “내일 아침 기자들 앞에서 이 내용을 어떻게 설명하느냐”고 비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친윤 핵심이자 공관위원인 이철규 의원과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면서 ‘윤심 공천’ 우려를 최소화하는데 일조했다.
그간 재선 이상 의원들이 맡던 당 사무총장 자리에 2022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0.5선’ 출신인 장 총장이 중용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컷오프(공천배제)·경선 결과 등을 둘러싼 당과 당사자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는 역할과 함께 때때로 ‘아쉬운 소리’도 들어야하는 자리인 만큼, ‘힘 있는 의원’이 주로 맡아왔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장 총장을 믿고 공천 전반을 맡긴 채 ‘민생 행보’에 집중했고, 장 총장 역시 ‘메시지 창구’ 기능을 담당하면서 한 위원장이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위원장이 ‘깜짝' 제안한 '국회의 세종시 완전 이전' 공약도 장 총장이 제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장 총장은 한 위원장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선거 전략 및 공약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 무대에서 역할이 늘면서 지역구 관리에는 적잖이 애로를 겪었다.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한 위원장과는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 장 총장이 재선을 노리는 충남 보령·서천 지역구는 김태흠 충남지사가 직전 3선을 지냈지만, 21대 총선에서 나소열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1.73%포인트 차이로 이긴 접전지로 평가된다.
장 총장은 선거운동에 매진해도 승패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아 전국 선거 판세를 보고 받아 대책을 지시하고, 수시로 여의도 국회를 오가고 있다. 장 총장은 지난달 29일에도 선거 판세를 설명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여의도 당사를 찾은 바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 총장이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뛰면서도 다른 후보들과 필요시 전화로 선거 전략과 관련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 위원장과 함께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