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태영 하이트진로(000080) 사장이 대법원으로부터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 받았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오경미 대법관)는 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사장과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등과 검사가 제기한 양 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 달 12일 확정했다.
대법원도 원심과 같이 하이트진로가 거래처 삼광글라스의 알루미늄 코일 거래에서 자회사 서영이앤티를 끼워넣은 거래 행위에 대해 무죄로 봤다. 사업자가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를 통해 거래상 지위남용행위를 한 경우 과징금 부과 및 별도의 제재 대상이 될 수는 있으나,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피고인들이 순차로 공모하여 서영이앤티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삼광글라스로 하여금 서영이앤티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를 행하도록 교사한 것이므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한 원심 판단을 인정했다.
앞서 피고인들은 2008~2017년까지 하이트진로가 맥주캔을 제조·유통하는 과정에 박 사장이 최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는 방법으로 총 43억 원의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사장은 지난해 말 기준 서영이앤티 지분 58.44%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1월 하이트진로의 일감 몰아주기를 적발해 50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박 사장을 비롯해 임원 3명과 하이트진로 법인을 모두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는 지난해 5월 항소심에서 박 사장에게 징역 1년 3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 김창규 상무에게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하이트진로 법인에는 벌금 1억 50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