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툭하면 '당선 무효'…재·보궐에 6년간 혈세 1000억 썼다 [혈세 축내는 선거사범]

재보궐, 6년간 118건… 절반이 '당선무효' 등 사유

기소율은 56.8% → 45% →40.2%로 줄어들어

선거법 위반해 재판 넘겨져도 처벌은 '솜방망이'

이번 총선에도 31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 전과

전문가 "재판부, 선거사범 형량 무겁게 처벌해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7일 앞둔 3일 오전 인천 부평구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에서 입원 중인 유권자가 거소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7일 앞둔 3일 오전 인천 부평구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에서 입원 중인 유권자가 거소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출직 공무원의 자리가 공석이 됐을 경우 이를 보충하기 위해 실시하는 재보궐선거가 지난 6년간 총 118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당선자 사망 등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 당선무효나 피선거권 상실로 인해 불필요하게 치러져 혈세를 낭비한 선거가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선거 질서를 훼손하는 선거사범에 대한 양형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6월 제7대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까지 6년간 진행된 118건의 재보궐선거에 1016억1163만9000원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50%에 해당하는 59건의 재보궐선거가 ‘당선무효’와 ‘피선거권 박탈’ 사유로 치러졌다. 선거법 위반 등으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는 총 220억 4705만 1000원이 투입됐다. 이달 10일에 열리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관련한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재보궐선거가 실시되는 총 45곳의 선거구 중 20곳이 당선무효와 피선거권 상실로 인해 진행된다.



이처럼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혈세는 낭비되고 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기소율은 하락하고 있다. 본지가 법무부를 통해 입수한 ‘선거별 선거사범 처리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자에 대한 기소율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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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진행된 제19대 국회의원선거 때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총 2572명이었다. 이 중 1460명이 법원에 넘겨져 56.8%의 기소율을 보였다. 2016년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선거와 관련해서는 총 3176명이 입건돼 1430명이 기소됐다. 기소율은 45%였다. 이후 2020년 진행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때는 2852명이 입건됐지만 기소는 1154명에 그쳐 기소율은 40.2%로 낮아졌다. 구속 또한 20대 총선 때 114명에서 21대 총선 때 36명으로 68.4% 감소했다. 전국동시지방선거와 대선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에 넘겨져도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9월 20일 수원고등법원 제3-3형사부(허양윤·원익선·김동규 재판장)는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도의원에 대해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다.

A 의원은 당시 배우자 소유인 건물에 대해 임대보증금 6억 4000만 원 상당의 채무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해당 채무 내역을 누락하고 재산신고서를 제출해 허위 내용이 담긴 선거공보 5만 3783부를 선거권자들에게 발송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 의원이 누락한 보증금 채무가 신고한 재산 총액(5억 8600만여 원)보다 많다”고 판시했지만 2심 재판부는 A 의원의 어머니의 건강이 매우 나쁜 상태였기 때문에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허위 재산 신고가 이뤄졌다며 형을 낮췄다.

다수의 선거법위반 전과자들은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본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이번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698명 중 31명이 공직선거법위반,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위반 등의 전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자금법위반 전과자도 5명이다. 전체 출마자의 5.1%가 선거사범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선거사범과 관련한 양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상대 후보 등에 대한 각성 수준 자체가 상당히 민감해져서 조그마한 상황이라도 고소·고발이 진행되고 있는 양상”이라라며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만큼 선거 관련 범죄는 엄격한 사안으로 받아들여 무겁게 처벌해야 하고 재판부도 선거법 위반을 엄단하는 취지의 양형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채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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