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음모론을 더 많이 믿을 수록 총기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는 급증하는 총기사고 등 사회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에서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어떤 음모론도 믿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그들 중 7.1%만 총기를 소유했다. 하지만 다양한 형식으로 8~10개의 음모를 믿는 사람들은 17.4%가 총기 구매에 나섰다. 음모론이 단순한 흥미거리에 그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15%는 “미국의 정부·언론·금융계가 사탄을 숭배한다”고 믿는다. 이 밖에도 미국 정부내 딥스테이트의 존재, 유대인 금융 가문 로스차일드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설, 공산주의자와 유대인이 뒤통수를 치지 않았다면 독일제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 등 다양한 음모론이 나돈다.
그럼 왜 많은 사람이 아직도 이런 음모론에 빠져드는 걸까. 미국의 과학저술가이자 과학 저널 ‘스켑틱’의 발행인인 마이클 셔머는 신간 ‘음모론이란 무엇인가’(원제 Conspiracy: Why the Rational Believe the Irrational)에서 세 가지 이유를 든다.
우선 이른바 ‘대리 음모주의’가 있다. 모든 음모론은 그 속에 더 깊은 진실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거기에 심은 컴퓨터 칩이 우리를 조종할 것이라는 황당한 음모론이 있는데, 그 배경에는 거대 제약 회사에 대한 강한 불신이 깔려 있다. 제약회사들이 부당이익을 위해 임상이나 실험 데이터를 조작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기에 그들에 대한 두려움과 반감이 음모론의 기저에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음모론이 진실로 판명되기 때문에 믿지 않는 것보다 믿는 것이 유리하다는 ‘건설적 음모주의’도 있다. 이는 인간의 진화와도 관련이 있다. 예컨대 나뭇가지를 뱀이라고 착각하고 도망쳤던 우리 조상들은 그렇지 않은 조상들보다 더 잘 생존하고 번식했다. 또한 같은 집단의 사회 구성원에게 충성심을 드러내는 신호로 음모론을 활용하기도 한다는 ‘부족 음모주의’도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이 같은 음모론이 정부 등 국가기관과 사회에 대한 신뢰를 약화한다고 지적하면서 이성과 합리성에 바탕을 둔 공동체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유로운 탐구, 표현의 자유, 특히 출판의 자유는 모든 시민이 이용 가능한 모든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자유 민주주의 안정에 필수적이다.” 2만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