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야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5년 임기 내내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국정을 운영하게 됐다. 이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출범한 정권 중 처음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2년간 거야(巨野)에 맞서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버텨왔는데 제22대 국회 역시 입법 과제를 완수하기보다 거야의 입법 폭주를 방어하는 데 그치는 살얼음판 정국을 걷게 됐다. 국정 성과 확보를 위해서는 대통령실의 정무 기능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11일 오전 1시 30분 기준으로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가 300석 중 114석 안팎을 가져갈 것으로 예측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은 169석 안팎을, 조국혁신당은 12석 안팎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막판 보수층 결집 신호가 감지됐지만 국민의힘이 거대 야당의 패스트트랙 일방 통과를 저지할 120석을 확보하는 데 부침을 겪고 있다.
윤 대통령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탄생한 8번의 정권(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 중 5년 임기 내내 국회 권력을 야당에 내준 첫 번째 행정부의 수장이라는 불명예를 지게 됐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문재인 전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취임했지만 임기 중 치러진 총선 또는 인위적인 정계 개편을 통해서 ‘여대야소’ 전환에 성공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선 승리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가져왔고 문 전 대통령도 4년 전 21대 총선에서 여권이 180석을 넘는 압승을 거두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추진 등 임기 후반부 국정을 이끌어갈 동력을 확실히 챙긴 바 있다.
노 전 대통령도 여소야대에서 출발해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는 풍파를 겪었다. 하지만 2004년 17대 총선 전 ‘탄핵 역풍’이 휘몰아치면서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해 기사회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여대야소를 물려받았지만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제2당으로 전락하며 여소야대 상황에 몰렸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새판을 짤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결국 탄핵으로 물러나는 첫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남은 임기 3년까지 여소야대가 지속하면서 각종 3대(노동·연금·교육) 개혁을 추진할 동력이 크게 약화할 위기에 처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조차 선거운동을 하면서 “이번 선거에 지면 윤석열 정부는 집권하고 뜻 한 번 펼쳐보지 못하고 끝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