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조건 없는 만남’을 강조하며 북일정상회담 성사에 주력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북일정상회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국으로부터의 공개 지지를 얻으면서 기시다 총리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둘러싼 논의가 진전될지 주목된다.
10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기시다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의 북일 정상회담 추진 문제가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 이슈를 논의했다”며 “북한이 (일본인) 납치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포함해 인권 및 인도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우리는 둘 다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의 동맹국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기회를 (갖는 것을) 환영한다”며 “나는 일본 및 기시다 총리에 대해 믿음이 있고, 그들(북한)과의 대화 모색은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공개 지지로 일본의 북일정상회담 추진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추진하는 일본 정부의 행보가 자칫 한미일 3국간 협력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이 “대화 모색은 긍정적인 일”이라며 힘을 보태면서 큰 부담을 덜게 됐다. 기시다 총리도 이날 “북한과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고위급 협의를 계속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북한이 중시하는 것은 미국이 동향”이라며 “(북한이 주목하는) 그 미국과 함께 대화를 호소하는 것이기에 기시다 총리 메시지의 무게는 한층 증가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이 대화 테이블 앞으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앞서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 형식으로 기시다 총리의 방북 가능성을 내비치며 북일정상회담 성사 기대감이 커졌으나 이후 ‘일본인 납북 문제는 이미 해결된 것으로 보고 더는 거론하지 말라’는 북측 조건을 일본이 거부하자 북측은 자세를 바꿔 지난달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이날 미일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비난하는 한편,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한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