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외식 대신 ‘집밥’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형마트의 신선식품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금사과’와 ‘금배’ 대신 오렌지와 바나나 등 저렴한 수입산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과일 매출도 가파르게 느는 양상이다.
11일 이마트(139480)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농축수산물을 포함한 신선식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 전체 매출이 0.5%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율이 12배나 되는 셈이다. 롯데마트의 경우 이 기간 신선식품 매출이 10% 증가했다. 오프라인 전체 매장의 신선식품 매출 증가율을 집계하지 않는 홈플러스의 경우 온라인 신선식품 매출이 11% 상승했다.
대형마트의 신선식품 매출이 급증한 것은 외식 물가 상승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은 집밥을 선호하면서 식자재 판매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대형마트가 국내외 e커머스의 공세에 대응하고자 신선식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은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선식품 매출 증대에는 수입산 과일의 판매 증가도 힘을 실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올해 1분기 과일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14%, 20%, 22% 늘었다. 3곳 모두 신선식품 품목 가운데 과일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롯데마트의 경우 할당 관세 적용으로 체감 가격이 낮아진 오렌지, 바나나가 인기를 끌며 전체 과일 매출을 견인했다. 홈플러스는 같은 기간 망고는 102%, 오렌지는 58%, 바나나는 27% 매출이 늘어났다.
신선식품과 과일 매출 증가와 관련해 대형마트 관계자는 “쿠팡 등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인구가 늘어났지만 아직도 신선식품은 대형마트에서 신선도를 확인한 후에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는 앞으로도 신선식품 강화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국내 e커머스는 물론 중국 e커머스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결국 맞서 싸울 가장 강력한 무기는 신선식품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마트가 새로운 콘셉트의 그로서리 전문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HDS)를 열려고 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