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해 ‘고율의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 정치권의 대중 정책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국의 과잉생산과 막대한 보조금 정책 등을 빌미로 미중 간의 ‘관세 전쟁’이 다시 불붙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불공정한 통상 관행을 지적하며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를 3배로 올리라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중국산 특정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의 관세는 현행 평균 7.5%이며,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직접 권고한 세율은 25%다. 백악관은 “미국 근로자들이 중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들의 수입으로 인해 계속 불공정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캐서린 타이USTR 대표는 16일 미 하원세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해 무역법 301조에 의한 조사와 관세 부과 등 무역 방어 수단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 대표는 “중국의 불공정한 정책과 관행이 미국 전역의 많은 노동 공동체와 산업을 황폐화시켰다”면서 “철강, 알루미늄, 태양광패널, 배터리, 전기자동차 및 주요 광물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여러 산업에서 의존성과 취약성을 만들어 미국 노동자와 기업에 해를 끼치고 공급망에 실질적인 위협을 초래하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무역법 301조를 포함해 우리의 기존 무역 도구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들여다보는 이유”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무역법 301조를 동원해 수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바이든 행정부는 이 같은 고율 관세를 갱신할지 여부를 장기간 검토해왔다. 타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더 심각해졌으며 바이든 행정부 역시 강력한 무역 대응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는 의지로 읽힌다.
타이 대표는 특히 “해상 물류 및 조선 분야에서 중국의 불공정한 행위와 관련해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새로운 조사를 실시해달라는 미국 노동계의 청원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추가 대응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앞서 미 철강노조(USW)를 포함한 5대 노조는 “중국 정부가 조선·해양·물류 산업에서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며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중국을 방문해 전기차·태양광패널·청정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중국 제품의 과잉생산이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경고한 후 다양한 대응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추가 관세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나는 어떤 조치도 테이블에서 내려놓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미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무역 전문가들을 인용해 “과잉생산에 대한 옐런 장관의 잇따른 메시지는 새로운 301조 조사를 위한 첫 단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16일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중 간 경제·금융 실무그룹 회의에서도 미 재무부는 ‘중국발 과잉생산’에 대한 우려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과잉생산을 정치화하고 경제 문제를 안보와 연결하는 것은 경제 법칙에 위배되며 자국 산업과 세계 경제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