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윤희를 아시나요?"…18년 전 '112·성추행' 검색 후 사라진 수의대생

18년째 실종된 딸 찾고 있는 노부모의 호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 도와달라"

이윤희씨. SBS ‘그것이알고싶다’ 캡처이윤희씨. SBS ‘그것이알고싶다’ 캡처




“이윤희를 아시나요?”



2006년 여름 종강 모임 후 행방이 묘연한 전북대학교 수의대생 이윤희(당시 29세)씨가 올해로 실종 18년을 맞았으나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이 그동안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으나, 뚜렷한 물증이나 용의자를 확보하지 못해 이 실종사건은 또 하나의 '영구 미제'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최근 이윤희씨 관련 '전북대 수의대생 실종 사건'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씨의 부모가 경찰 수사가 제자리에 머물자 지금까지 직접 발로 뛰며 딸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윤희를 아시나요?'라고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이씨의 부모들은 16일 경찰의 초동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윤희씨. 연합뉴스이윤희씨. 연합뉴스


당시 전북대 수의학과 4학년이었던 이윤희씨는 2006년 6월 5일 오후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자신의 원룸에서 1.5㎞가량 떨어진 덕진구 덕진동 음식점에서 교수, 학과 동료 40여 명과 종강 모임을 가졌다. 그는 모임이 끝난 다음 날 6일 새벽 2시30분께 원룸으로 귀가했다.

경찰은 "모임 후 동기인 남학생 A씨의 배웅을 받으며 걸어서 원룸에 도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원룸에 도착한 이씨는 6일 오전 2시59분께부터 1시간 남짓 데스크톱 컴퓨터로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이용했다. 그러던 중 검색창에 '112'와 '성추행'이라는 단어를 3분간 검색했으며, 컴퓨터는 오전 4시 21분에 꺼졌다.



앞서 이씨는 실종 나흘 전 학교 근처에서 휴대전화와 지갑이 들어 있는 핸드백을 날치기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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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이틀 뒤인 8일 낮 이씨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긴 학과 친구들과 A씨는 원룸을 찾았으나 현관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A씨와 친구들은 경찰과 119구조대를 불러 현관문 디지털 도어락을 부순 뒤 방 안에 들어갔으나 이씨는 없었다. 당시 방 안에는 이씨가 키우던 애완견 한 마리가 있었으며 방은 몹시 어질러져 있었다고 친구들은 회상했다.

이들은 경찰 지구대 직원의 허락을 받고 방을 깨끗이 치웠다. 하지만 A씨와 친구들이 방 안을 말끔히 청소하는 바람에 경찰은 초기 증거 확보에 실패했다. 그렇게 이윤희씨는 18년째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실종자 주변 인물 수사와 행적 수사, 탐문수사, 우범자 수사를 병행했다. 연인원 1만5000여 명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색을 벌인 데 이어 전북대 인근 건지산과 하천, 만화방, 찜질방, 피시방 등을 샅샅이 뒤졌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경찰은 이씨 가족이 범죄 용의자로 지목한 동기 A씨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조사했지만, 실종과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종강 모임 후 윤희씨를 집까지 데려다준 A씨는 거짓말탐지기 조사까지 받았지만 '진실' 판정을 받았다.

16일 전북경찰청 앞에서 이윤희 씨의 아버지인 이동세(87)씨와 어머니 송화자(84)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16일 전북경찰청 앞에서 이윤희 씨의 아버지인 이동세(87)씨와 어머니 송화자(84)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씨의 아버지 이동세(87)씨와 어머니 송화자(84)씨는 여전히 직접 발로 뛰며 딸을 찾고 있다. 이들은 16일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딸을 기다릴 기력조차 없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여기에 나왔다"며 “사력을 다해 윤희를 찾겠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동세씨는 “뻔뻔하게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수사는 뒷전이고 팔짱만 끼고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하는 게 경찰이 할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들에 따르면 경찰은 사건 당시 현장 보존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종 일주일 째인 그해 6월 13일 누군가 윤희 씨의 컴퓨터에 접속했는데도 이 과정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해당 사건을 방송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는 이씨 컴퓨터 안 2006년 6월 4일 오후 10시 45분부터 8일 오후 3시 4분까지 약 4일간의 기록이 수사 과정에서 삭제됐다는 사실도 전해진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당시부터 실종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가족들이 많은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라며 "18년의 세월이 지난 만큼, 어려움이 있겠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건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수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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