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가 1990년부터 35년간 간·심장·신장·폐·췌장·각막·골수 등 2만5000건이 넘는 장기이식수술을 시행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1년 뒤 생존율은 간 98%·심장 95%·신장 98.5%·폐 80% 등으로 집계됐다. 병원 측은 세계 유수 장기이식센터와 비슷하거나 더 앞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 통계를 보면,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이뤄지는 심장·신장·폐 등 주요 장기 이식의 약 20%가 서울아산병원에서 행해지고 있다. 특히 간 이식은 국내 이식수술의 3건 중 1건 꼴로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별로 살펴보면 간 이식이 누적 8500건 이상으로 가장 많이 시행됐다. 신장 이식이 7500건으로 뒤를 이었고, 심장 이식 900건·폐 이식 250건 등의 순이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하는 간 이식의 85%는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는 ‘생체 간 이식’이다. 서구에 비해 뇌사자 장기 기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와중에도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다양한 수술법을 개발하고 힘을 쏟았고, 그 결과 전 세계에서 생체 간 이식을 가장 많이 시행하는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면역학적으로 위험이 높다고 평가되는 ABO 혈액형 부적합 생체 간이식 시행 건수도 압도적인데, 혈액형 적합 간이식과 대등한 치료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심장 이식은 1992년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말기 심부전을 앓던 당시 50세 환자에게 국내 최초로 시행한 이래 국내에서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 중이다. 기간별 생존율도 각각 1년 95%, 5년 86%, 10년 76%로 국제심폐이식학회(ISHLT)의 생존율을 크게 앞서고 있다. 심장이식은 뇌사자 기증만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환자들이 많다. 서울아산병원은 오랜 기간 약물 치료로 버티거나 이식이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인공심장 역할을 하는 좌심실 보조장치를 이식하는 수술도 100건 넘게 진행했다.
황신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장(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은 “중증 환자까지도 살려내고자 하는 사명감 덕분에 2만5000명에 달하는 환자들에게 고귀한 생명을 선사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많은 장기부전 환자들이 질 높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