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호텔 자체가 '예술품'"… 유명 건축가 설계한 호텔에서 하룻밤

세계적 건축가 손길 닿은 호텔·리조트

이타미 준·마리오 보타·켄고 구마·승효상 참여

휘닉스 아일랜드 제주의 ‘아고라’. 사진 제공=휘닉스 아일랜드 제주휘닉스 아일랜드 제주의 ‘아고라’. 사진 제공=휘닉스 아일랜드 제주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건축물은 그 자체로 관광지다. 건축가의 철학이 담긴 건물을 보기 위해 일부러 그 나라로 여행을 떠날 정도다. 호텔 업계가 유명 건축가에 의뢰해 호텔을 디자인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같은 호텔·리조트는 단순히 비싼 숙박이 아닌 예술작품에서 하루를 보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며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회원만 묵던 라운지서 불멍을…


대표적인 곳이 휘닉스 아일랜드 제주다. 휘닉스 아일랜드 제주는 스위스의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라운지 ‘아고라’를 뒀다. 라운지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독채 힐리우스에 묵는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보타가 유리 피라미드 형태로 설계했다. 휘닉스 아일랜드 제주는 이 장소를 이용해 ‘불멍쉬멍 패키지’도 판매 중이다. 패키지를 구매한 고객은 회원이 아니어도 아고라 내 모닥불에서 사케와 어묵탕·군고구마 등을 함께하며 ‘불멍’을 즐길 수 있다. 휘닉스 아일랜드 제주는 당초 3월까지만 판매할 목적으로 패키지를 출시했으나 6월까지 판매 기간을 늘렸다. 휘닉스 측은 “유명 건축가가 지은 공간에서 불멍의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의 만족도가 높았다”며 “여름을 제외한 계절에도 추가로 운영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타미 준이 설계한 제주 포도호텔. 사진 제공=포도호텔이타미 준이 설계한 제주 포도호텔. 사진 제공=포도호텔



SK핀크스가 운영하는 제주 포도호텔은 아예 투숙객에게 매일 한 차례씩 건축 예술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포도호텔은 재일동포 건축가인 이타미 준이 설계해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문화훈장’인 슈발리에를 받은 곳이다. 투숙객이 미처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건축가의 의도를 알려주기 위해 호텔에서 가이드까지 도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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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타미는 이 호텔에 ‘해방’ ‘열다’ ‘닫다’ ‘혼재한다’ 등의 단어를 이미지화하고 형상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건축가의 이 같은 의도가 잘 드러난 곳이 바로 호텔 중앙에 위치한 ‘캐스케이드’다. 동그랗게 뻥 뚫린 천장 아래 유리관에 흙과 꽃이 있어 투숙객은 밖에 나가지 않아도 호텔 안에서 날씨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포도호텔 측은 “제주의 오름과 초가집을 모티브로 만들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한 송이의 포도처럼 보인다”며 “객실 하나하나가 포도송이처럼 연결되고 공간 곳곳에 하늘과 밖을 향해 열린 캐스케이드와 창·테라스가 있어 경계와 공존, 숨김과 자유로움, 닫힘과 열림이라는 콘셉트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켄고 구마가 디자인한 롯데리조트 제주 아트빌라스. 사진 제공=롯데리조트켄고 구마가 디자인한 롯데리조트 제주 아트빌라스. 사진 제공=롯데리조트


취향에 맞춰 골라 숙박하는 재미


롯데리조트 제주 아트빌라스는 여러 건축가가 설계해 취향에 따라 골라서 숙박할 수 있다. 먼저 아트빌라스 D동은 일본의 4세대 건축가이자 세계적 건축 거장인 켄고 구마가 설계했다. 둥근 제주의 오름을 형상화한 건축물로 지붕은 현무암으로 덮여 있다. 승효상 건축가의 미니멀한 건축양식을 느끼고 싶은 투숙객은 A동 빌라에서 숙박할 것을 추천한다. 이 빌라는 통창을 낀 네모난 구조로 수직과 수평이 조화를 이루며 간결한 아름다움을 내세웠다. 프랑스 출신의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는 제주의 오름을 연상시키는 곡선으로 외부와 내부가 이어지는 듯하게 B동을 지었다.

민성진 건축가가 설계한 아난티 앳 강남. 사진 제공=아난티민성진 건축가가 설계한 아난티 앳 강남. 사진 제공=아난티


하버드 출신의 건축가 민성진이 설계한 아난티 리조트 또한 건축미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 민 건축가는 2006년 문을 연 ‘남해 아난티’부터 지난해 부산 기장에서 개장한 ‘빌라쥬 드 아난티’까지 아난티의 모든 리조트를 디자인했다. 국내 업계에서 호텔 리조트 회사가 한 명의 건축가와 모든 건축물을 만드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 건축가가 디자인했지만 리조트별로 다른 건축미를 찾아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투숙객은 도심 속 수도원 콘셉트의 아난티 앳 강남에 들어서면 도심과 분리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난티 남해에서는 바다와 섬, 골프장 코스를 모두 조망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명 건축가가 지은 호텔들은 대체로 소규모로 지어 투숙률이 항상 높게 나온다”며 “호텔에 머무르면서 건축가의 의도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 투숙객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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