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찾는 고객이 다양한 상품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은행의 신탁판매는 존중돼야 합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3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금융, 인구 임팩트를 넘어라’를 주제로 열린 ‘제26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은행에서의 고위험·고수익 상품 판매를 어느 수준까지 허용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사견임을 전제로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이후 금융 당국 차원에서 적절한 판매 규제 수준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은행에서 (고위험·고수익 상품을)판매하면 안 된다는 식의 결론은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홍콩H지수 ELS 손실 사태로 일각에서 은행에서의 고위험·고수익 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지만 이에 거리를 둔 것이다.
이 원장은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산 운용 수요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후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더 팽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자산을 어떻게 형성하고 운영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탁 판매가 은행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원장은 은행에서의 고위험·고수익 상품 판매를 허용하되 투자자의 경험이나 재산에 비춰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하는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은행 창구에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려고 온 고객이 아닌데도 관련 상품을 권유해도 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면서 “짧으면 30분, 길어봐야 한 시간인 상담 시간 동안 투자자에게 복잡한 구조화 금융상품을 이해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 올 2~3분기 중 주요 판매사와 협의를 거쳐 적정 상품 판매 범위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강력한 영업 규제를 하는 식으로 빨리 결론을 내자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중요한 사안인 만큼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공론화를 거쳐 업권의 공감대를 얻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