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난 대선 불복 관련 재판을 앞둔 미 연방대법원에 항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대법관 한 명이 친(親)트럼프 성향이라는 것이 확인됐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 소속인 스티브 코헨 하원의원이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을 비난하기 위한 결의안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알리토 대법관이 사임하지 않는 한 존 G. 로버츠 주니어 대법원장은 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에게 주홍글씨를 붙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장인 리처드 J. 더빈 상원의원은 “알리토 대법관이 2020년 선거와 그 여파와 관련된 사건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주 민주당 하원의원 30여 명은 알리토 대법관에게 선거 관련 사건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작성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은 지난 16일 NYT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패배하자 이에 불복한 일부 지지자들이 항의의 표시로 사용하던 '거꾸로 된 성조기'가 새뮤얼 알리토 미국 대법관 집 앞마당에도 걸려 있었다고 보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NYT가 입수한 사진에 따르면, 2021년 1월 17일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알리토 대법관의 거주지에는 거꾸로 뒤집힌 성조기가 게양되어 있었다.
사진이 촬영된 시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증 절차를 저지하려고 2021년 1월 6일 의회에 난입해 난동을 부린 '1·6 의회 폭동'이 벌어지고 나서 열흘쯤 지난 뒤다. 사진은 거꾸로 된 성조기를 목격한 동네 이웃들이 찍어놓은 것이라고 NYT는 밝혔다.
이에 알리토 대법관은 NYT에 보낸 이메일에서 "나는 국기 게양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웃이 마당 표지판에 불쾌하고 인격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응해 부인이 잠시 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전직 연방 판사들은 이 깃발이 정치적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 로스쿨 강사이자 전 연방 판사인 낸시 거트너는 “이것은 편파성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법원이 처분을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반영한다”며 “편파성에 대한 대중의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