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헌정 사상 최초의 야당 단독 개원에 이어 주요 상임위원장까지 ‘반쪽’ 구성 강행에 나섰다. 법정 시한(7일)을 넘겨서도 여야 원 구성 협상이 불발되자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민주당 몫으로 설정한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막무가내식 독주”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국회 의사 일정 전면 거부(보이콧)’말고는 마땅한 대응 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회 △교육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운영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야당 단독 개최에 항의하는 의미로 본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추경호 국민의힘,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릴레이 회동을 이어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우 의장은 “원 구성과 개원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야당의 본회의 소집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 개최를 강행할 경우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원 구성의 최대 쟁점이던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에 당 지도부인 정청래 최고위원(4선)과 박 원내대표(3선)를 각각 내정했다. 정 최고위원은 21대 국회에서도 과방위원장과 최고위원을 겸임하면서 ‘독식’ 논란에 휩싸였지만 이번에도 상임위원장 겸직을 강행하기로 했다. 과방위원장에는 방송통신위원 출신의 ‘강성 친명(친이재명계)’인 최민희 의원(재선)을 선출하기로 했다. 당내 대표적 공격수들을 주요 상임위에 배치해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날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선출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일었지만 ‘일방 독주’ 프레임은 피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대신 민주당은 이달 내로 상임위 구성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각 상임위별로 현안이 산적한 만큼 서둘러 원 구성을 마쳐 정부를 상대로 한 현안 질의에 나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각종 특검법이 상정될 법사위와 ‘영일만 석유 시추 사업’ 이슈가 있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우선 소집 상임위로 꼽힌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가 해야 할 일이 태산같이 쌓여 있다”며 “국회법에 따라 대정부 질의도 이달 중 실시해 산적한 현안들에 대해 따져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는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할 경우 원 구성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할 방침이다. 또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상임위원 사임계 일괄 제출 등의 카드도 검토 중이다. 21대 국회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 이미지를 부각시켜 여당에 우호적인 국민 여론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실제 과거 21대 국회 초반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했다가 거센 비판 여론에 부딪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1년 2개월 만에 상임위원장 재배분에 늑장 합의한 바 있다.
여당은 4년 전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야당이던 21대 국회 당시의 전략을 재차 밀어붙였다가는 집권 여당으로서 무기력·무능력함만 부각시킬 뿐 기대한 여론전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