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최근 영관급 이상 지휘관에게 개인 화기로 권총뿐만 아니라 소총까지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혀 화제였다. 국방부는 올해 말까지 수요를 알아본 뒤 소총을 지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소총을 지급하려는 배경이다.
현재 군은 영관급 이상 장교들에겐 개인화기로 소총 대신 권총이 지급되는데 탓에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작전 상황에서 소총이 필요하지만 영점 조준도 안 된 ‘남의 총’을 들고 투입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령 이상 영관급 장교에게 지급하는 K5 권총은 사거리와 파괴력 등이 본격적 전투 상황에서 쓸 수준에 못 미치고 호신용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군 당국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최근 북한이 남북 관계를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전략적 도발을 비롯해 대남 오물풍선,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등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지휘관들도 경계 태세를 강화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권총으로 실전을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는 만큼 고위급 장교들도 소총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군이 영관급 이상 지휘관에 지급하는 ‘K5 권총’은 과연 성능이 어떤 개인 화기일까.
일단 K5 권총은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총기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부여된다. K2 소총과 마찬가지로 K5 권총도 개발과정에서 당대 세계 유수의 권총들이 가진 장점을 집대성했다. 그 결과 ‘속사’(Fast action)라는 세계 유일의 기술을 탑재한 권총으로 탄생했다. 해외 민수 시장에 약 3만 5000정 가량이 수출돼 ‘가성비 높은 권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산 ‘K5’ 권총 1989년 9월 초도양산
미군은 1970년 말 전군의 권총을 통일하기 위한 합동제식소화기사업(JSSAP)를 추진했다. 미 공군의 시험평가를 통해 1981년 ‘베레타 92S’를 차기 권총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미 육군이 재평가를 진행하면서 실제 ‘베레타 M9’이 제식 권총으로 채용됐다. 미군의 JSSAP는 세계 권총의 트렌드가 45구경 탄환에서 9㎜ 구경 탄환으로 전환됐다는 계기였다. 미 육군은 1911년 채용한 45구경의 ‘콜트 M1911’ 시리즈를 70년 가까이 제식권총으로 사용해 왔다.
우리 군의 경우도 6·25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거치면서 미군에게서 공여받은 ‘Cal.45’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콜트 M1911A1’을 사용해야 하는 세계적 흐름을 따랐다. 하지만 군 장비 현대화 계획에 따라 한국인 체형에 적합하고 탄약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신형 권총의 개발을 목표로 1981년 4월 신형 권총 개발에 착수했다. 1983년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대우정밀(현 SNT모티브)이 중심이 돼 한국형 권총 사업에 나섰다.
당시에 우리 군은 K1 기관단총과 K2 소총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경험이 있어 1985년에 9㎜ 군용 제식 권총 개발을 시작했다. 민간 주도 국내개발인 9㎜ XK5 권총은 1986년 실용 기술시험에 이어 1988년 1월 실용 운용시험을 마쳤다. 같은 해 10월에는 규격 제적을 거쳐 1989년 9월에 초도양산이 이뤄졌다.
우리 군의 제식 권총으로 인정 받으면서 영관급 이상 지휘관을 비롯해 군사경찰·특수임무대, 육군항공 헬기조종사, 전차 승무원, 자주포 조종수, 특전사 대원, 공동경비구역 경비대원, 군의관, 수의사관, 주임원사가 주로 사용하고 있다.
K5 권총의 가장 큰 특징은 초탄 명중률과 양산 권총 중 세계 유일하게 안정성을 높이는 ‘속사’(Fast action) 기능을 꼽을 수 있다. 이는 권총의 방아쇠 작동 방식과 연관이 있다. 권총의 방아쇠 작동방식은 슬라이드를 당기거나 공이를 젖혀서 발사준비를 하고 방아쇠를 당겨서 격발하는 ‘단동식’(Single action)과 방아쇠를 당기면 공이가 젖혀지면서 발사 준비가 된 뒤 격발까지 이어지는 ‘복동식’(Double action) 두 가지로 있다.
단동식 권총의 경우 발사 준비 뒤 방아쇠 압력이 가볍다는 장점이 있지만 초탄 발사를 위해 준비 동작이 필요해 신속한 대응에 어렵다는 단점이다. 반면에 복동식 권총은 반대로 슬라이드를 당기는 등 준비 동작 없이 발사를 시작할 수 있지만 초탄 발사 시 방아쇠 압력이 높아 명중률에 영향을 미치는 약점이 있다.
개발 당시 제작사 SNT 모티브는 K5 권총을 개발하면서, 이 두 방식의 장점을 모두 누릴 수 있도록 ‘속사’라는 독자적인 기능을 탑재하면서 성능이 뛰어난 한국산 권총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속사 기능이 적용되면 단동식과 같이 발사준비를 한 상태에서 공이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된다. 이후 방아쇠를 당기면 복동식과 같이 방아쇠 움직임은 길지만 단동식처럼 방아쇠 압력이 낮아 오발은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초탄 명중률은 높아지게 된다. 이 기술의 국제 특허권은 SNT 모티브만 가지고 있다.
여기에 K5는 강철에서 알루미늄 합금으로 권총의 소재를 변화하면서 당시 트렌드였던 경량화를 달성했다. 수동 안전과 공이 차단시스템, 안전레버, 탄창 제거버튼 등을 모두 양손으로 조작 가능하도록 설계해 왼손잡이 역시 불편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K5 권총은 누가 사용할까. K5 권총의 지급 범위는 각급 부대별 편제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다. 대체적으로 군 지휘관급 장교와 헌병, 전차병 및 특수병과로 나눌 수 있다. 육군의 경우 참모직위의 간부, 주로 영관 장교들에게 K5 권총이 지급된다. 이들은 1년에 상·하반기 각 1회의 권총사격 훈련을 통해 사격술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차병 등 소총을 가지고 기계화장비를 운용하기 어려운 장병과 보조화기가 필요한 특수전 요원, 헌병 특수임무반 장병 등에게도 K5 권총이 지급된다. JSA 대대의 경우 모두 병사에게도 K5 권총을 지급한다.
해군도 육군과 비슷한 기준으로 권총이 지급된다. 아직은 K5보다는 Cal.45와 Cal.38 등 구형 권총의 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함정 근무자들을 중심으로 K5 권총이, 육상 근무자들은 주로 구형 권총을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훈련 빈도는 1년에 2번 정도다.
공군의 경우는 대위 이상의 장교들에게는 권총을 지급하는데, 각 비행단 실정에 따라 다르지만 조종사에게는 K5 권총을 주는 지급된다. 조종사들의 경우 평시에는 권총을 휴대하지 않지만 주요 훈련 시에만 권총을 차고 비행하도록 돼 있다.
장성급 지휘관은 ‘38구경 리볼버’로 교체
그러나 장성급 지휘관부터는 K-5 대신 ‘38구경 리볼버’로 교체된다. 38구경 리볼버는 ‘장군의 상징’으로 천 재질의 일반 허리띠가 아닌 가죽 소재 권총 벨트를 착용한다.
38구경 리볼버는 1889년 미국의 콜트에서 생산한 권총이다. 리볼버(revolver), 즉 ‘회전식’ 권총이라는 이름 그대로 약실을 겸하는 탄창이 회전해 연속 사격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발사된다. 일반적인 리볼버는 방아쇠를 당기면 탄창이 한 칸 회전하며 동시에 공이치기가 작동해 격발이 이뤄진다.
다만 장전 실탄 수가 6발에 불과하고 유효사거리도 30m에 못 미치는 등 의전용·호신용 성격이 강했다. 또 K5는 자동격발 방식인 반면 반자동 방식의 사격이 이뤄진다.
미 해군이 군용으로 첫 사용했다. 미 육군은 1903년 군용으로 채택했다. 탄환 중량이 가벼운 탓에 살상 위력이 약한 편이어서 전투용으로는 부적합한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비전투 부대원용으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육군은 1948년에 미군에게서 공여받아 장성 및 수사요원 등에 지급해 호신용으로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