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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콜센터·택배 상하차·부페 주방 등 …곧 사라질 직업들의 비망록

■어떤 동사의 멸종(한승태 지음, 시대의창 펴냄)

외국어 통역 콜센터 직원. 서울경제DB외국어 통역 콜센터 직원. 서울경제DB




콜센터 상담, 택배 상·하차, 뷔페식당 주방, 빌딩 청소 등등.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머지않아 사라질 직업 가운데 특히 확률이 높다고 신간 ‘어떤 동사의 멸종’이 제시한 직업이다. 관계된 동사는 각각 ‘전화하다’ ‘운반하다’ ‘요리하다’ ‘청소하다’이다.



저자는 이들 직업을 두루 겪으며 그 풍경의 안과 밖을, 그 가운데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물론 이들 ‘직업-동사’를 미화하는 것은 아니다. 어둡고 무거울 수 있는 풍경을 익살스럽고 유쾌하면서도 쓴맛을 다시게 만드는 작가 특유의 문체로 들려줄 뿐이다. “대규모 단종이 예고된 ‘인간의 노동’이라는 카메라를 통해 오늘날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자 한다”는 취지다.




책에는 각 부 머리말에 각 직업의 대체 확률을 적었다. 주요 연구기관에 따르면 ‘전화받다 -콜센터 상담원’의 대체 확률은 0.97~0.99에 이른다(1에 가까울수록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 직업이 얼마나 끔찍한지(?) 책 서두에 저자는 자세히 적었다. 이 책의 표지 그림에 등장하는, 뭐든지 물고 삼킬 듯 생김새가 무시무시한 ‘아귀’라는 생물에 콜센터를 비유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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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감정노동의 끝판왕답게, 콜센터 상담사는 언어폭력과 직장 내 비인간적 처우에 내몰린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이런 일자리는 그냥 사라지는 게 더 낫겠다”고 말한다.

한 물류회사가 로봇을 사용한 택배를 시험하고 있다. 서울경제DB한 물류회사가 로봇을 사용한 택배를 시험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옷장 깊이 처박힌 낡은 옷을 입은 저자는 우리를 두 번째 동사인 ‘운반하다’로 안내한다. 소위 ‘까대기’로 칭하는 물류센터 상·하차 일이다. 이 일은 모두가 예상하듯이 실제로 힘들다. 오죽하면 작가가 “시도했고 버티기는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고 했을까. 아무튼 이 직업의 대체 확률은 0.99다.

최근 빈번히 나오는 물류 자동화 같은 뉴스를 떠올려 보면 대체 가능성이 높은 것이 이상하지 않다. 취업의 문턱이 낮은,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포용력이 높은 일자리”에서 그는 중국에서 옷장사 하다가 망한 남자, 전직 노가다 출신, 온몸에 문신을 한 20대 관리자 등과 함께 일했다.

이어 대체 확률에서 ‘요리하다 -뷔페식당 주방’은 0.96~ 1이고 ‘청소하다 -빌딩 청소’는 그냥 1이다. 결국 우리 모두는 이런 풍경 속의 당사자이거나 관찰자다. 어느 쪽이건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이다.

저자의 말대로 “직업이 사라진다는 것은 생계 수단이 사라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는 그 직업, 곧 “노동을 통해 성장하고 완성되어 가던 특정한 종류의 인간 역시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이자 그 직업에 속한 인간종(種)에게 표하는 저자의 ‘경의’이기도 하다. 1만 8500원.


최수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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