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개 닭 보듯’ 무시하거나 한 수 아래로 본다.
한 이불을 덮는 국민의힘 동지로서 서로 손을 맞잡고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에 맞서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데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고 있다.
총선 패배 ‘원죄론’
먼저 홍 시장은 한 전 위원장에게 총선 패배의 ‘원죄론(論)’ 프레임을 들이댄다.
홍 시장은 26일 “총선 패배 주범에게 줄 서는 행태들이 참 가관”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한 전 위원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 패배 책임지고 원내대표 나오지 말라고 소리 높여 외친 게 엊그제 같다”면서 이같이 썼다.
그는 “여당 대표의 첫 조건은 정권과의 동행이고 재집권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인데 출발부터 어설픈 판단으로 어깃장이나 놓고 공천 준 사람들이나 윽박질러 줄 세우는 행태는 정치를 잘못 배워도 한참 잘못 배웠다”고 날을 세웠다.
정치 신인 ‘풋내기론’
또 다른 이유는 ‘풋내기론(論)’이다. 검찰 출신이 하루 아침에 여의도 정치판에 들어와 여의도 문법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경향신문에 따르면 홍 시장은 한 전 위원장의 회동 요청을 두 차례 거절했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앞서 나경원 후보와는 회동했고 원희룡 후보와는 이날 만났다.
홍 시장은 "25일 오겠다는 것을 내가 거절했고 27일 오겠다는 것도 거절했다”며 “그게 무슨 대표냐. 그 친구는 임명직 할 때야 대통령과 그래서(친해서) 막을 수가 있겠나. (그러나 대표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한 후보에 대한 비토 의사를 분명히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이 당이 어떤 당인데 점령군처럼 들어와 어린 애가 설치는 게 그게 맞나”라며 “2017년도 내가 당대표하고 있을 때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냥개가 돼서 우리 진영 사람들 1000명을 끌고 갔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과거 행적 ‘책임론’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을 꺼리는 또 다른 이유가 ‘과거 행적’이었던 셈이다.
그는 “오세훈 시장 같은 미남이 셀카 찍으면 이해가 가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 시장과 면담이 불발된 것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은 없고 본인이 만나기 싫다고 하시니 뵙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신지호 한 후보 캠프 총괄상황실장은 “(홍 대표가) 두 번 거절한 게 아니고 27일에 대구, 경북을 가는데 시간 되시냐고 물었는데 시간이 안 된다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나경원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끌어안고 있다.
나 후보는 지난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홍준표 시장을 만났는데 상당한 지지와 격려를 해줬다”고 밝혔다. 나 후보는 SNS에 “당에서 당을 지킨 사람이 당대표가 되는 것이 맞다”는 홍 시장의 발언을 인용한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홍 시장은 26일에는 원희룡 후보를 만났다.
그는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찾은 원 후보를 만나 얼싸안은 뒤 "(이번 당 대표 선거에) 원 장관이 나와줘서 고맙다. 진짜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원 장관 같은 사람이 당을 맡을 때가 됐다. 당원들이 좀 알아줬으면 한다"면서 "만약 이번 전댕대회가 잘못되면 윤석열 정권에는 파탄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권주자 부상 ‘견제론’
홍 시장이 한 전 위원장을 경원시하는 또 다른 이유로 ‘대권 주자 부상설’이 거론된다.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를 거쳐 대권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을 경계한다는 해석이다. 홍 시장은 원 후보와의 면담에서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총선에 진짜 비상대권을 줬는데 쫄딱 망했지 않나”라며 “정당사에 총선 참패하고 물러난 사람이 다시 전당대회에 나온 전례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 전 위원장이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한 것을 들어 “채 상병 특검만 받는 게 아니고 한동훈 특검도 받을 건가”라며 “당원들이 정신을 좀 차려줘야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