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한국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추격을 위해 국내 엔지니어 스카우트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OLED 패널뿐 아니라 제품 생산에 활용되는 소재·장비 전문인력까지 대놓고 모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한 디스플레이 업체는 국내 채용 사이트를 통해 OLED 신소재 경력 직원을 찾고 있다는 공고를 냈다.
2005년 설립돼 700여 명의 임직원을 보유한 소재 업체라고 소개한 이 회사는 OLED 소재 합성을 6년 이상 해본 소재 전문가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발된 엔지니어는 중국 허베이성에서 일하게 된다. 이 회사는 각종 채용 설명과 함께 세후 1억 1000만~1억 4800만 원의 연봉은 물론 주택 제공에 무료 연 1~2회 항공권까지 지원한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문제는 이 업체가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소재 전문가를 대놓고 빼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두산·덕산·CDT·UDC·머크 등에서 일한 사람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두산과 덕산은 국내 OLED 제조사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토종 소재 회사다. 두산은 디스플레이 소재 회사인 솔루스첨단소재의 모회사였던 적이 있고 덕산네오룩스는 삼성디스플레이에 핵심 OLED 소재를 공급하는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독일의 유명한 화학 회사인 머크 또한 한국에 디스플레이 소재에 관한 연구개발(R&D) 거점과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사실상 이 중국 회사는 한국의 소재 전문가를 집중 겨냥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2021년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의 점유율을 역전한 후 한국이 우위에 있는 OLED 분야까지 꺾기 위해 정부 차원의 천문학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지의 대표 디스플레이 회사인 BOE를 중심으로 한국 전문가들을 흡수하면서 성장해왔는데 패널 기술 외에도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전반에 한국 인재들을 심으면서 내재화에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