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엔저’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26일 오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60.81엔까지 올랐다. 이는 일본 거품(버블) 경제 시기인 1986년 12월 이후 약 3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엔화 가치가 198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일본 당국이 궁지에 몰린 통화를 부양하기 위해 개입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통화 시장에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넘어선 것은 올해 4월 29일 이후 2개월 만이다. 일본 재무성과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엔·달러 환율이 1달러당 160엔을 넘어서자 일본 당국은 4월 26일부터 5월 29일까지 약 한 달간 9조7885억엔(약 85조원) 규모의 시장 개입을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엔화가치가 최저치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었으나 장기적인 엔화 하락 추세를 되돌리지 못하면서 엔화 가치가 3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계자가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을 하면서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해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햇다.
연준 내에서 매파로 꼽히는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25일(현지시간) 연준이 금리 인하를 개시할 때가 아직 아니며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지 않을 경우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하면서 달러화 강세를 부추겼다.
이런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 13∼14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국채 매입 규모 축소 시점을 내달로 미루며 현행 금융완화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교도통신은 "당분간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에 따라 달러 매입이 이어지고 있다"며 "엔화 약세가 에너지와 원재료 수입 가격을 밀어올리면 소매 가격도 상승해 개인 소비가 침체할 우려가 있다"고 해설했다.
로이터통신은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낮은 통화를 차입해 수익률이 높은 통화에 투자하는 소위 ‘캐리 트레이드 전략’은 최근 몇 년 동안 일부 국가에서 차입 비용을 인상함에 따라 큰 인기를 얻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이 올해 금리를 0~0.1%로 올렸지만, 미국이 5.25~5.5% 금리를 유지하면서 높은 수익률의 달러 자산으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엔화 대비 통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닛케이는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넘으면서 일본 금융당국이 또다시 대규모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경계감도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이치 일본 재무상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재무장관 회의를 한 뒤 "양국 통화의 급격한 가치 하락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며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적절한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것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