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시카고'와 '위대한 개츠비'의 공통점은 '금주'

[커튼콜 인문학]

1920년대 미국 그린 두 뮤지컬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 중인 '위대한 개츠비'

극강의 화려함 앞세워 토니상 수상 등 찬사

화려함 속 공허함 보여주는 '시카고'

'여자 개츠비'같은 록시 통해 삶의 의미 전달






[커튼콜 인문학]은 뮤지컬과 연극 무대 위에 오른 작품의 배경지식을 스토리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주의사항: [커튼콜 인문학]은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하세요.


1920년대 미국은 수많은 영화와 문학 작품 속에서 종종 ‘광란의 시대’로 그려집니다.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향락의 파티 장면이 계속 등장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범죄와 마약,마피아만 나오는 작품도 있죠. 향락, 사치, 마약, 마피아… 모두 1920년 대 미국에 공존한 키워드입니다. 당시 미국은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격변을 동시에 겪고 있었는데요. (얼마 후 대공황을 맞아 모든 것들이 한 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졌지만요.) 이번 ‘커튼콜 인문학’에서는 1920년 대 대공황을 앞두고 아슬아슬한 풍요를 누리는 미국의 모습이 잘 담긴 뮤지컬 두 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웨스트 에그(West Egg)’ 대저택에 사는 신비한 부자, 개츠비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 사진제공=오디컴퍼니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 사진제공=오디컴퍼니


1918년 세계1차대전이 끝난 후. 영원할 것 같았던 유럽의 시대가 저물고 미국의 시대가 막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전쟁에서 이긴 영국과 프랑스는 초토화된 나라를 재건해야 했지만, 미국은 본토가 전혀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았고, 전쟁 특수로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었죠.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이 시기 미국 상류 사회에 등장한 백만장자 ‘개츠비’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개츠비는 롱아일랜드의 자수성가한 신흥 부자들이 살고 있는 가상의 도시 ‘웨스트 에그(West Egg)’의 한 대저택에 살고 있습니다. (원작 속 롱아일랜드에는 ‘웨스트에그’와 ‘이스트에그’라는 두 개의 반도가 있는데요. 웨스트에그에는 신흥 부자들이, 이스트에그에는 오랜 시간 부를 유지해 온 상류층들이 살고 있죠.) 웨스트에그의 대저택에 살고 있는 개츠비는 매주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향락이 들끓는 초호화 파티를 합니다.

이 작품을 소설로 읽다 보면 ‘도대체 개츠비의 저택은 얼마나 큰 걸까, 몇 명의 사람이 모였을까, 그리고 사람들은 얼마나 미쳐있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2차 콘텐츠로 만드려면 그것이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영화든 ‘가장 강력한 화려함’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위대한 개츠비’는 원작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극강의 화려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파티는 이같은 공허한 개츠비의 상황을 대조적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웅장해야 합니다. 현재 이 뮤지컬은 많은 히트작이 거쳐간 1700석 규모의 ‘브로드웨이 시어터’에서 공연 중인데요. 웅장한 파티가 무대 위에서 번쩍이는 조명, 빅밴드 음악과 어우러져 펼쳐지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제 77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한국계 의상 디자이너 린다 조가 의상 부문에서 수상할 정도로 화려한 의상이 찬사를 받고 있기도 하죠.

토니상을 수상한 의상 디자이너 린다 조.토니상을 수상한 의상 디자이너 린다 조.


‘위대한 개츠비’와 ‘시카고’에는 ‘금주법’과 ‘허영’이 있다


웨스트 에그에는, 네스트 에그가 없어.(In West egg, There's no Nest egg). -뉴 머니(New Money)-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속에서 조던이 부르는 이 넘버는 작품 속 웨스트 에그에 살고 있는 신흥 부자들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여기서 ‘네스트 에그’는 저축을 말합니다. 돈을 많이 벌수록 투자와 저축을 균형있게 해야 한다는 누구나 아는 이 경제 관념이 당시 신흥 부자들의 머리속에는 탑재돼 있지 않았어요. 이 호황이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걸까요. 그들은 계속해서 소비합니다. 하지만 불안정하죠. 언젠가 경제가 고꾸라지면 모두가 망할테니까요. ‘대공황’이 온 것처럼요. 소설 속에서 개츠비는 자신의 저택 수영장에서 허무하게 최후를 맞이하는데요. 화려한 파티에 초대받았던 사람들 중 누구도 그의 장례식에 오지 않습니다. ‘대공황’ 직전의 미국처럼 그의 화려했던 삶은 허상이 되어버리죠.

뮤지컬 <시카고>의 한 장면. 사진제공=신시컴퍼니뮤지컬 <시카고>의 한 장면. 사진제공=신시컴퍼니


그런데 개츠비는 어떻게 이 정도의 부를 누리게 된 걸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 우리는 뮤지컬 ‘시카고’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카고는 금주법이 한창이던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입니다. 이 뮤지컬은 모린 댈러스 왓킨스가 당대의 각종 범죄를 취재해 선보인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범죄자가 매스컴을 이용해 유명인이 된 천박해진 세상을 풍자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잠깐, 금주법이라고요? 술을 못 마시게 하는 그 금주법이요? 1920년대 개츠비는 향락의 파티를 매주 열었다는데, 그렇다면 술 없이 파티를 했다는 건가요? 그럴리가요. 미국은 1차대전 당시 금주법을 시행합니다. 전쟁에 이기기 위해 사람들을 ‘청교도적 정신’으로 무장 시킨 거죠. 그렇다고 사람들이 술을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몰래 술을 사고 팔았죠. 특히 갱단들은 몰래 밀주를 거래했다고 해요. 개츠비의 파티에 초대 받은 사람들은 언제나 ‘개츠비가 어디서 돈을 이렇게 많이 벌었을까’ 궁금해 했는데요. 사실 개츠비 역시 밀수업을 통해 큰 부자가 된 사람입니다. 그의 장례식에 아무도 오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죠. 어쨌든 뮤지컬 시카고 역시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도시는 갱단이 장악했고 어둠이 가득했죠.

개츠비와 록시, 우리의 삶은 어느 쪽일까


시카고의 주인공 ‘록시 하트’는 많은 면에서 ‘여자 개츠비’ 같습니다. 화려한 재즈스타가 되고 싶었지만 실패한 록시 하트는 남편 프레드의 이별 강요에 분노해 그를 살해합니다. 평범한 주부에서 살인자가 된 순간이죠. 록시는 시카고 최고의 인기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하는데요. 덕분에 모든 언론이 록시를 주목하게 됩니다. 오랜 시간 꿈꿔왔던 스타가 된 거죠.

모두가 알게 될 이름 그래 바로 ‘록시’

행운이 따르는 이름 맞아 바로 ‘록시’ -뮤지컬 시카고 ‘록시’-

뮤지컬 시카고의 한 장면. 록시와 벨마가 함께 공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뮤지컬 시카고의 한 장면. 록시와 벨마가 함께 공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뮤지컬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 넘버 만큼은 알고 있을 겁니다. ‘롹시~ 롹시~’ 하는 이 관능적인 넘버 속에서 록시는 “유명한 여배우를 제치고 극장에 내 이름을 걸 거야”라고 외칩니다. 교도소에서 ‘범죄자’로 유명세를 탄 후 허무맹랑한 환상에 빠져든 거죠. 아이러니하게도 록시가 스타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감옥에 계속 있어야 했어요. 하지만 록시는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꺼졌죠. 하지만 록시의 최후는 개츠비와는 조금 다릅니다. 개츠비는 대공황을 맞은 1920년대의 미국처럼 아슬아슬한 화려함을 즐겨고, 결국 집착을 버리지 못해 자신을 파멸로 이끌죠. 반면 록시는 거품이 모두 꺼진 후 그 화려함이 얼마나 아무 것도 아니었는지를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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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의 삶은 개츠비와 록시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요. 모두가 알게 될 이름이 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지는 않나요. 두 뮤지컬 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진심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 보면 어떨까요.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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