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 3기 독자권익위원회가 꾸려져 2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본사 15층 편집국 중회의실에서 첫 정례회의를 열었다. 이번 독자권익위원회는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장준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원장,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정대정 법무법인 중부로 대표변호사, 박연정 굿센 대표이사가 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서울경제가 6월 25일 자부터 시작한 ‘인재 대탈출-코리아 엑소더스가 온다’ 시리즈 보도에 대한 토론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위원들은 디지털과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활동하는 국내 인재들이 더 높은 연봉과 좋은 근무 환경을 제시하는 미국·유럽 등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실을 잘 짚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해외 인재 유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와 정책적 대안 및 전문가들의 의견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유혜미 위원은 “국내 인재의 해외 유출에 대한 심도 있는 일련의 기사를 통합해 배치함으로써 관련 이슈를 중요한 화두로 던졌다”면서 “국내 업체 임원들의 고령화, 의대 쏠림 현상뿐 아니라 이공계 인력 유출, 이에 더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까지 관련 주제에 관한 여러 측면의 기사가 결합되면서 영향력이 매우 커졌다”고 평가했다.
김경희 위원은 “코리아 엑소더스 시리즈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시의적절하게 잘 다뤘다고 생각된다”면서 “높은 연봉과 유연한 근무 환경 등으로 한국의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현실을 잘 보여줬다”고 말했다. 또 “이공계 대학 졸업자들의 해외 취업 현황, 해외 근무가 잦은 고위 관료나 기업 임원, 전문직 종사자들의 자녀들이 졸업 후 해외에서 취업하는 등 국내로 안 돌아오는 문제 등도 잘 짚어줬다”며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대안까지 잘 다뤄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장준연 위원은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과학계 등 이공계 분야 인재 확보는 우리나라의 존망이 걸린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이공계와 산업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계속 해외로 빠져나가고 또 해외에 있는 인재들은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으려는 게 현실”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서울경제의 코리아 엑소더스 시리즈 기사에서 이 같은 부분을 잘 다뤘는데 이는 언론의 순기능으로 본다”며 “이런 기사는 정책을 만드는 관계자들이 대책 마련을 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박연정 위원은 “인재 유출과 관련한 연이은 기사로 인재 유출에 대한 이공계의 위기감을 환기해줬다”면서 “앞으로도 국가적 손실이 우려되는 문제들을 다루는 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경각심을 지속해서 울려주는 파수꾼 역할에 충실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코리아 엑소더스 시리즈 중 6월 27일 자 ‘연구자 위장 中스파이 활개…韓대학원 기술 탈취 적색경보’ 기사는 중국 유학생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아쉬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경희 위원은 “한국 산업을 위협하는 중요한 문제이기는 한데 중국 유학생들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갖게 할 수 있는 기사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작성돼야 하는 기사라고 생각한다”며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국가별 비중을 그래프로 보여줬는데 마치 모든 중국인 유학생을 의심해야 하는 것처럼 읽힐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6월 17일 자부터 시작한 ‘경고음 울린 K-AI’ 시리즈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AI 기본법 제정에 대한 정치적 무관심과 국가 차원의 AI 전략 수립이 부진한 문제를 잘 다뤘지만 심층적인 분석은 다소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준경 위원장은 “시리즈에서 AI 부문의 투자 유치 부진과 인재 유출을 언급했는데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과 분석이 부족해 보인다”면서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고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AI 등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데 한국에서는 경직된 노동시장으로 인해 이러한 이점을 실현하기 어려운 점이 AI 투자 부진과 인재 유출을 초래하는 근본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또 “전례 없이 빠른 AI 기술 발전이 근간을 이루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규제 및 입법 조치가 지연되고 있는 점은 기사에서 지적됐으나 입법이 왜 지연됐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AI 시리즈뿐 아니라 다른 기사에서도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많이 듣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대정 위원은 “7월 1일 자 신문에서 이달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관한 기사를 다뤘는데 이 법에 대한 문제점을 잘 짚어줬다”면서도 “이 법률의 내용은 가상자산 이용에 대한 규제가 대부분인데 이런 문제점을 전문가의 의견을 많이 들어보고 심층적으로 분석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들은 또 6월 26일 자 ‘전기료, 시장 원리보다 정책 판단 따라 결정’ 기사에 대해 우리나라 전기요금의 문제점을 잘 지적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멕시코 다음으로 전기요금이 저렴해 전기에너지를 낭비하는 실정”이라면서 “지금과 같은 전기요금 책정 체계는 한전과 자회사인 서부발전 등 발전사의 효율적 경영을 제약하고 재정 건전성 악화를 초래하는데 이런 문제를 서울경제가 잘 분석하고 지적했다”고 호평했다. 이어 “독일·일본·영국·프랑스 등은 발전사들의 재무 건전성과 전기에너지 생산·소비의 지속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며 “서울경제가 이런 나라들과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책정 체계를 심층적으로 비교·분석하는 특집 기사를 기획하면 좋을 것”이라고 건의했다.
장준연 위원도 “전기요금 문제를 다룬 기사는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이를 상기시켜줬다”며 “몇 년 전부터 원자력발전소를 대체하겠다고 화력발전소를 지었는데 송전소 건립 등의 문제로 화력발전소를 운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정례회의에서는 기사에서 쉬운 용어를 사용하고 부득이하게 어려운 전문 용어 등을 쓸 때는 그에 대한 설명을 친절하게 해줘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기사를 이해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주문이다.
김경희 위원은 “6월 29일 자 ‘의료앱·IPTV까지…금융, 슈퍼 앱 넘어 일상 플랫폼 스며든다’ 기사를 보면 임베디드 금융이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기사 안에 임베디드 금융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며 “기사 안에 한두 문장으로 설명을 넣어줬다면 독자들이 훨씬 쉽게 기사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또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신문을 안 읽는 이유를 물어보면 ‘기사를 이해하기 힘들다’ ‘맥락을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많은데 특히 경제 신문은 이런 문제에 대해 더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면서 “기사를 쉽게 쓰는 방법 중 하나는 기사마다 용어에 대한 설명을 충실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혜미 위원 역시 기사를 쉽게 써줄 것을 당부했다. 유 위원은 “요즘 초중고교에서는 논술을 공부할 때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 이에 대한 토론을 하고 학생들이 나름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한다”며 “그런데 초중고 학생들이 신문을 보면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가 많아 신문 읽기를 어려워하므로 되도록 쉬운 용어를 쓰고 또 독자가 어렵다고 느낄 만한 용어는 그에 대한 설명을 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중견기업 관련 기사의 비중이 적어 아쉬웠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연정 위원은 “최근 국내외에서 생성형 AI에 대한 기대감과 성장세가 상당히 큰데 기사에서는 대기업들의 소식이 주를 이루고 있는 점이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면서 “건강한 국내 생태계 육성을 위해 업계의 큰 축인 중소·중견기업들의 목소리와 정책 측면에도 관심을 쏟아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