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건희 여사의 ‘대국민 사과’ 제안 문자를 무시했다는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쟁 후보들은 이번 의혹을 고리로 ‘독단적 결정’, ‘정치적 미숙’ 등을 지적하며 십자포화를 퍼부은 반면 한 후보는 김 여사와의 문자가 이제와 공개된 것을 놓고 의문을 제기하며 맞섰다.
한 후보는 5일 서울 용산의 한 식당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찬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김 여사의 문자 메시지를 무시했다는 이른바 ‘읽씹(읽고 씹음)’ 논란에 대해 “집권당의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총선 기간 대통령실과 공적 통로를 통해 소통했다”고 해명했다. 답장을 보내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김 여사의 문자를 확인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김 여사는 명품백 수수 의혹 등으로 당내 논란이 증폭되고 여당이 위기에 몰리자 올 1월 19일 한 전 위원장에게 대국민 사과 등을 논의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경쟁 후보들은 한 후보를 향해 맹공을 가했다. 당권 경쟁자인 원희룡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공정 경선 서약식’ 이후 “영부인이 사과 이상의 조치도 당과 국가를 위해 하겠다고 한 것을 왜 독단적으로 뭉갰는지 책임 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고 따졌다. 그는 “문제는 영부인의 사과 의사를 묵살함으로써 불리한 선거 여건을 반전시키고 변곡점을 만들 결정적 시기를 놓친 게 선거 승리를 망치는 데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원 후보는 이어 “‘절윤’이라는 세간의 평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나 후보는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를 혼자서 판단하고 논의하지 않았다는 건 한 후보의 정치적 판단력이 상당히 미숙하다는 것”이라면서 총선 참배의 책임을 물어 사과를 요구했다. 윤상현 후보는 “가장 중요한 것은 당정 간 신뢰”라며 한 후보의 사퇴를 압박했다.
한 후보는 6개월 가까이 지나서야 김 여사의 문자 내용이 공개된 데 대해 “왜 지금 시점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을 둘러싼 ‘배신의 정치’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친윤계의 ‘정치 공작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을 부채질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 후보는 다만 “당 화합을 이끌어야 하는 당 대표가 되고자 나온 것이기 때문에 더 분란을 일으킬 만한 추측이나 가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