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유명 명품 제조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저조한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중국 소비 시장을 발판 삼아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중국이 경기 침체에 빠져들자 그 충격이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1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의 버버리그룹은 2024년 4~6월(회계연도 2025년 1분기) 소매 부문 매출이 4억 5800만 파운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8%나 급감한 수준이다. 제리 머피 버버리그룹 회장은 “이번 분기 실적은 실망스러운 결과”라면서 “명품 시장은 예상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며 현 추세가 2분기까지 지속한다면 반기 영업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명품 업체의 부진은 버버리뿐만이 아니다. 오메가·브레게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시계 제조 기업 스와치그룹의 올 상반기 매출도 34억 4500만 스위스프랑으로 전년 대비 14.3%나 줄었다. 독일 브랜드인 휴고보스의 올 2분기 매출(10억 2000만 유로) 역시 전년 대비 약 1%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은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날 런던증권거래소에서 버버리 주가는 하루 새 16.08%나 빠졌다. 스위스에서 상장된 스와치그룹의 주가도 전일 대비 9.78%나 떨어졌다. 휴고보스 역시 2.91% 하락했다. 다음 주 실적 발표를 앞둔 세계 최대 명품 그룹 LVMH도 2.65%의 낙폭을 기록했다. 금융 투자 시장에서 명품 제조 업체를 대하는 시선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지 않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같은 결과는 중국 경기 침체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유럽의 명품 업체들은 급팽창하는 중국의 소비 시장을 등에 업고 커왔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 침체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현지 소비자들이 고가품 구매를 줄이자 관련 업체 실적도 흔들리는 것이다. 실제 스와치그룹은 이번에 실적을 발표하면서 “중국에서 사치품에 대한 수요가 급락하면서 매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WSJ는 “명품 시장이 직면한 주요 문제 중 하나는 중국의 침체”라면서 “중국은 핸드백에서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성장을 견인했지만 최근 고가품 소비가 말라붙었다”고 지적했다.
업체들은 대응 방안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버버리는 2년 만에 대표 교체를 단행하고 배당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향후 전망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골드만삭스는 버버리에 대해 “중국 본토 매출이 21% 감소했고 다른 아시아 시장의 매출도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배당금 지급을 중단하는 것은 회사의 재정적 압박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스와치 측은 “홍콩을 포함한 중국 시장은 올 연말까지 전체 명품 시장에 있어서 거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