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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호조에 트럼프 수혜까지…HD현대, '시총 5위' 수직 상승

조선업 고공행진에 신고가 경신

트럼프 트레이드·AI '이중수혜'

올 들어 시총 30조 늘어난 64조

포스코, 철강 등 부진 탓 6위로





HD현대(267250) 그룹의 시가총액이 올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며 포스코그룹을 제치고 전체 5위 자리까지 올랐다. 올 5월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 상장 효과에 실적 개선, 인공지능(AI) 전력 기기 수요 확대, 조선업 수주 증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 상승 등 계열사별 호재가 잇따르면서 시총 6위 이하 그룹들과 시총 격차를 점점 더 벌릴 채비를 하는 분위기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현대 그룹의 시총은 이날 64조 2673억 원을 기록해 대기업 집단 전체에서 삼성·SK·LG·현대차에 이은 5위가 됐다. 이는 지난해 말 8위에서 세 계단이나 오른 수준이다. 이 기간 시총 규모도 34조 3150억 원에서 29조 9523억 원이 더 늘었다.

HD현대 그룹은 24일 포스코그룹을 간발의 차이로 앞서며 사상 처음으로 시총 5위가 됐다. 이후 25일 5위 자리를 내줬다가 이날은 그 자리를 재탈환하며 시총 격차도 3조 6000억 원 이상으로 벌렸다.

HD현대 그룹의 시총이 올해 빠르게 증가한 것은 각종 호재가 그룹사 곳곳에서 잇따라 쏟아졌기 때문이다. 우선 5월 신규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 시총(6조 1741억 원)이 더해진 점이 전체 규모 확장의 주요 요인이 됐다.

나아가 올 들어 조선업이 부활하면서 전체 시총 규모를 크게 견인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밀렸던 선박 주문이 잇따르는 데다 경쟁 국가인 중국이 미국과의 갈등으로 밀려난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HD한국조선해양(009540)·HD현대중공업(329180)·HD현대미포(010620) 등 조선 계열사 세 곳은 이날도 평균 10% 이상 급등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선박 기술 업체인 HD현대마린솔루션 주가도 이달 들어서만 6.85% 상승하며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선박 발주량도 늘어나고 가격도 상승 중”이라며 “기술적 진입 장벽도 높아지고 있어 업황 지표 자체가 과거 초호황기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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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며 건설 부문 계열사들의 주가가 고공 행진하는 점도 HD현대 그룹주에는 대형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료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전후 복구 사업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한 효과다. 실제 이달 들어 이날까지 HD현대건설기계(267270)HD현대인프라코어(042670)의 주가는 2분기 실적 부진에도 각각 17.09%, 9.55% 상승했다.

이와 함께 AI 열풍으로 전력 기기 수요가 폭증하는 점도 시총 증가에 일조했다. HD현대일렉트릭(267260)의 주가는 올 들어서 이날까지 무려 289.29% 상승했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등 신규 수요처 증가와 신규 고객 확보를 통해 하반기부터 건설 업체들의 매출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짚었다. 이상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충전 시장 등이 확장하면서 앞으로 전력 수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급자 우위 시장 구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HD현대 그룹의 시총 상위 5위 지위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HD현대 그룹의 대표 사업들이 하반기에도 승승장구하는 동안 삼성·SK·LG·현대차 등 4대 그룹 외에는 경쟁 대기업들의 주력 업종이 당분간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6위로 밀려난 포스코그룹의 경우 지난해 말 93조 원이 넘던 시총이 올 들어 35% 넘게 빠지면서 26일 60조 6103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2차전지주의 실적이 시원찮은 데다 최근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전 대통령 수혜주에 베팅하는 현상)’로 정책 전망까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도 포스코홀딩스(-1.79%), 포스코DX(022100)(-23.73%), 포스코스틸리온(058430)(-7.37%), 포스코엠텍(009520)(-9.88%),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23.55%), 포스코퓨처엠(003670)(-19.15%) 등 포스코그룹 계열사 대다수가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말까지 각각 시총 6위, 7위였던 정보기술(IT) 기업 카카오와 네이버도 반등을 꾀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네이버는 올해 AI 대응 부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공습, 라인 야후 사태라는 겹악재를 맞이하며 시총이 지난해 말 대비 20% 넘게 감소했고 시총 순위도 10위까지 떨어졌다. 카카오도 총수 사법 리스크에 발목을 잡히며 시총이 30% 가까이 줄고 순위도 9위까지 내려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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