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단독] 정부 '서울 그린벨트 해제' 카드 꺼낸다…'노른자 땅' 주택 공급





정부가 이번 주 획기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예고한 가운데 서울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일부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공급 부족 전망에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기존에 예고한 수도권에서 나아가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택지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대책이 순항하려면 수요·물량·인프라라는 세 조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제언한다. 환경 등급이 높은 그린벨트 지역은 개발해서는 안 된다는 ‘금기’를 깰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토부-서울시, 서울 그린벨트 일부 해제 협의…"해제 위치·면적은 미정"


5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 주 주택 공급 대책을 논의하며 서울 내 그린벨트 일부 해제에 대해 협의했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어디를 얼마나 해제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국토부가 구체적인 해제 위치와 면적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개발제한구역법에 따르면 수도권 시도지사는 30만 ㎡, 비수도권 시도지사는 100만 ㎡ 이하의 그린벨트만 해제할 수 있으며 그 이상의 면적은 국토부에 해제 권한이 있다.

서울에는 6개 구(중구·용산구·성동구·동대문구·영등포구·동작구)를 제외한 19개 구의 외곽 지역에 총 149㎢ 규모의 그린벨트가 있다. 서울 전체 면적(605㎢)의 24.6%에 해당한다. 서울의 그린벨트는 1971년 최초 지정된 뒤 1973년 166.8㎢까지 증가했다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으나 2009년 이명박 정부 이후 대규모로 해제된 적은 없다. 이명박 정부는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위주로 총 5㎢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보금자리주택 용지를 공급했다.

대규모 해제는 MB 정부가 마지막…집값 급등-공급 절벽에 해제 필요성 ↑


정부가 서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대규모 해제를 검토하는 것은 수요가 몰리는 ‘노른자 땅’에 주택을 공급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서 시작한 집값 급등세는 현재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까지 번지고 있다. 공급 측면을 보면, 국토연구원이 조사한 서울의 지난해 주택 착공 건수는 약 2만 8000가구로 최근 10년간 연평균(6만 3000가구)의 44.3%에 불과하다.

한 개발 업계의 관계자는 “정부가 이미 대책으로 예고한 3기 신도시 조기 공급 및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택지 공급은 당장 뛰는 서울 집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서울 알짜 부지에 추가 공급이 이뤄진다는 충분한 신호를 줄 시점”이라고 말했다. 가용지가 부족한 서울에서 그린벨트 해제는 택지를 공급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꼽힌다.


文정부 때 해제 반대한 서울시 입장 유연해진 것도 한 몫…합리적 관리 방점


관련기사



이번 검토에는 논의의 핵심 파트너인 서울시가 전임 박원순 시장 때보다 그린벨트 관리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는 원칙적으로 국토교통부 장관 직권으로도 가능하지만, 인허가권을 지닌 서울시의 협조 없이는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도 2020년 서울 그린벨트 해제 논의에 나섰다가 시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히자 대통령이 직접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바 있다.

물론 오세훈 시장도 무차별적인 그린벨트 해제에는 부정적이지만 올 4월 53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시내 그린벨트 지정 현황과 제도 전반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돌입하는 등 합리적인 관리·활용 방안을 찾는 데는 적극적인 편이다.



전문가들 “수요 있는 지역에 충분한 물량 공급해야 효과 있을 것…인프라도 중요”


관건은 어디를, 얼마나 해제하느냐다. 수요가 있는 곳에 유의미한 규모의 택지 공급이 이뤄져야 집값 안정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이명박 정권 때 개발했던 보금자리주택 인근의 서초구 내곡동 및 강남구 세곡동 땅과 개발 계획이 앞서 공개된 강남구 수서차량기지 정도가 해제 대상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북부의 그린벨트는 대부분 산이어서 택지로 개발하기에는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요가 있는 핵심지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면서 인프라 조성도 함께 이뤄져야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택지 공급이 성공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서울 중에서도 수요가 있는 곳에 3만 가구 정도는 공급해야 시장 안정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교통 계획만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택지 분양가에 교통 분담금을 크게 물려서라도 인프라를 조성해야 또다른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기준으로는 강남권 그린벨트 해제에 한계…"1·2등급 개발 가능성 따져봐야"


충분한 택지를 공급하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 가능 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역대 정부는 환경 평가 1·2등급지는 보존하고 환경적 가치가 비교적 낮은 3~5등급은 개발할 수 있다는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정부 역시 올 2월 비수도권 1·2등급지는 그린벨트에서 해제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수도권 1·2등급지에 대해서는 보존 원칙을 유지했다.

문제는 이 기준대로라면 강남 그린벨트를 풀더라도 그 면적이 극히 제한된다는 점이다. 국토부의 2016년 집계에 따르면 서울 그린벨트 가운데 3~5등급지, 즉 개발 가능지 비율은 21%(31.54㎢)에 불과하다. 택지로 쓰기 어려운 자투리땅을 제외하면 가용 면적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소규모로 산재해 있는 1·2등급지가 많다 보니 주변 아파트 개발을 할 때 ‘알박기’ 같은 역할을 해 충분한 필지를 확보하지 못할 때도 있다”며 “4·5등급지가 시간이 흐르면 식생이 자연적으로 복원돼 등급이 높아지기도 하는 만큼 1·2등급지 활용 기준을 유연화할 필요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태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