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이 지난 15일 밤까지 26일 연속 열대야를 겪으며 지난 118년 중 '최장 열대야'를 기록한 가운데 일본 역시 역대급 폭염이 장기화해 유통가의 계절용품 판매시기까지 바꾸고 있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모리나가유업은 올여름 한정 판매 젤라또 아이스크림의 판매 기간을 7~9월로 예년보다 약 1개월 연장했다. 더위의 절정이 길어질 것으로 보고 기간 변경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실제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해당 상품의 매출액은 이달 13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1.4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형백화점인 다카시마야는 여름 세일이 끝난 다음날인 지난달 10일부터 각 브랜드를 통해 다시 여름 신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여름 세일 후 매장을 가을 상품 중심으로 전환했지만, 폭염의 영향으로 여름 상품의 전개 기간을 늘리기로 했다. 백화점은 "지금 당장 입고 싶은 상품을 준비해 정가 판매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7월의 평균기온은 평년(2020년까지의 30년 평균)보다 2.16도 상승해 통계를 시작한 1898년 이후 같은 달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10월까지의 기온도 전국적으로 평년보다 높을 전망이다.
폭염은 뜻밖의 상품 수요도 자극하고 있다. 바로 겨울에 잘 팔리는 '입욕제'다. 닛케이의 판매시점정보관리(POS) 데이터를 보면 입욕제 약 1400개 상품의 판매량은 지난달 29일 주에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 이달 5일 주에는 6.1% 늘어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추운 겨울 욕조에서 몸을 따뜻하게 데울 때 많이 쓰는 입욕제지만, 여름철 에어컨 등 냉방장비에 장시간 노출되고, 차가운 음료를 자주 마시는 사람이 늘면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싶다'는 잠재 수요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화장품 브랜드 '카오'의 입욕제 브랜드는 '더운 여름일수록 오히려 욕조에'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새 수요를 개척하고 있다. 이 입욕제 시리즈의 3~7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긴 더위는 가을겨울 상품 판매 준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모기의 활동 시기가 길어져 살충제의 판매 기간이 가을까지 이어진다. 이에 일부 관련 업체는 가을 이후에 팔리는 방충제의 본격적인 판매 전개 시기를 10월 이후로 늦추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