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조 없이 갑자기 파열되는 경우가 많아 ‘머릿 속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뇌동맥류를 치료하는 최신 스텐트 장비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삼성서울병원 뇌졸중센터는 ‘서패스 엘리트 플로우 다이버터(Surpass Elite Flow Diverter)’를 이용해 지난달 시술을 받은 뇌동맥류 환자가 약 3일 만에 퇴원해 일상 생활로 복귀했다고 19일 밝혔다.
서패스 엘리트 플로우 다이버터는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 스트라이커(Stryker)가 출시한 최신 뇌동맥류 스텐트 장비다. 작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국내 도입됐다. 스트라이커의 본사가 있는 미국은 9월 개시를 앞두고 있다. 시술을 집도한 전평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뇌동맥류에서 시술적 치료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힘써온 선구자로 꼽힌다. 크기 10mm를 넘는 등 까다로운 뇌동맥류에 대한 연구 및 치료 성과를 인정받아 전 세계 최초로 시술하는 기회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인트 조셉 병원의 알렉산더 루이스 쿤 교수 등 미국 신경외과 전문의 2명이 이달 초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데도 이번 시술이 계기가 됐다.
뇌동맥류는 뇌혈관의 일부가 약해지면서 비정상적으로 팽창되는 질환이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파열돼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뇌동맥류는 두개골을 열고 뇌동맥류를 직접 묶는 '결찰술' 외에 혈관 안으로 관을 넣는 시술적 치료가 가능하다. 이번에 진행한 스텐트 시술은 혈관 내 치료의 일종이다. 동맥류에 미세도관을 삽입해 정상 혈관 침범 없이 동맥류만 막히도록 백금으로 만든 코일을 채워 넣는다. 뇌혈류를 조절해 뇌동맥류에 직접 피가 흐르지 않게 함으로써 뇌동맥류가 커지거나 파열될 가능성을 낮추는 원리다. 크기가 크거나 일반적인 뇌동맥류 색전술이 어려운 비파열성 뇌동맥류에 주로 시행된다. 새로운 스텐트는 신체 내 삽입 시 이물질로 인식될 가능성과 예상치 못한 혈전 축적 위험을 낮추도록 설계됐다. 기존 스텐트보다 구조가 촘촘하고 대퇴부 혈관에서 얇은 뇌혈관까지 스텐트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돼 시술자의 계획대로 설치하기 용이하다.
전 교수는 “개발과 생산을 하고 있는 미국 대형 회사로부터 인정 받으며 한국 의료가 세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음을 체감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최신 시술 기법에 대한 도전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