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며 합계출산율 0.6명대를 목전에 뒀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기록적인 저출산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저출산이 욜로(YOLO·인생은 한 번뿐 의미) 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관련이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한국의 저출산을 설명하며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2~30대에게 부모가 되는 것이 물질적 만족을 얻는 것보다 나은 투자라고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수년간 출생률 급감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보조금 정책을 써왔지만,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성수동 중고 패션 축제에서 만난 28세의 패션 인스타그래머이자 가수를 꿈꾸는 여성 A씨는 로이터에 "지출은 주로 옷과 여행에 대한 욕구에 따라 결정된다"며 "나는 욜로에 푹 빠져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 자신을 보상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나면 매달 저축할 돈은 거의 없다"며 "결혼은 언젠가 할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2~30대 한국인이 다른 나라의 같은 연령대나, 한국의 다른 인구층에 비해 더 많이 쓰고 덜 저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실제로 30대의 올해 1분기 저축률은 5년 전 1분기(29.4%)보다 감소한 28.5%로 나타났다. 다만 모든 연령대의 저축률은 이 기간 증가했다.
저축률은 줄었지만, 지출은 늘어났다는 지표도 확인됐다. 같은 기간 백화점과 고급 호텔에 돈을 가장 많이 지출한 연령대는 20~30대였다. 이 연령대의 여행 소비는 3년 전 33.3%에서 현재 40.1%로 증가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이전 3년간 20대의 백화점 지출 비중이 12%로 2배가량 늘었다.
반면 욜로 라이프스타일이 아닌 재정적 어려움이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이란 분석도 있다. 리서치 회사 PMI가 지난 5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800명 중 약 46%가 자녀를 가지지 않는 결정적 이유로 직장 불안정성이나 교육 비용을 꼽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20~30대의 연소득 증가율은 전체 가구(4.5%) 보다 낮은 2.0%로 집계됐다. 하지만 청년층이 더 즉각적인 즐거움에 집중하기 때문에 정부의 보조금 기반 출산 장려 정책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지적이다.
미국 퓨 리서치 센터가 2021년 선진국 17개국을 대상으로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게 무엇이냐’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한국은 ‘물질적 풍요’를 최우선으로 꼽은 유일한 국가였다. 다른 국가는 ‘가족’이나 ‘건강’을 주로 최우선적으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