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검찰 ‘수장’ 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한 인사청문회가 3일 열린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와 초읽기에 돌입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전·현직 대통령 가족에 대한 동시 수사로 여야가 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난타전’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심 후보자가 앞서 법무부에서 요직을 거쳤다는 점에서 이른바 ‘추·윤 사태’는 물론 이종섭 전 호주대사의 출국 금지 이의 신청 심사 과정도 소환될 전망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3일 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연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그를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한 지 23일 만이다. 앞서 법사위는 증인 1명·참고인 7명에 대한 인사청문회 출석 요구안을 의결한 바 있다. 참고인의 경우 반드시 출석해야 할 의무는 없으나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 씨와 2020년 대검찰청 감찰부장이었던 한동수 변호사 등이 포함돼 있어 향후 심 후보자를 사이에 둔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부분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 모 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다.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인 전주지검 형사3부(한연규 부장검사)는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의 서울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히 해당 압수수색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피의자로 적시했다. 검찰이 서 씨가 과거 타이이스타젯 임원으로 근무하며 받은 급여 등 2억 원 이상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성격으로 보고 있는 만큼 수사가 적법·적정한지에 대한 양측 논쟁이 예상된다. ‘정당하다’는 여당과 ‘정치 보복·야당 탄압’이라는 야당 측 의견이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달 6일 열리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수사심의위에 대해서는 여야가 공수를 바꿔 격돌할 수 있다. 심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임명되기 전이라 수사 지휘 라인은 아니지만 현직 검사인 만큼 여야가 수사팀이 내린 ‘무혐의’ 결론은 물론 향후 기소 여부 등까지 물을 수 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 처가의 가족회사로 알려진 부동산 개발회사의 대표이자 김 여사의 오빠가 증인 명단에 올라 있는 만큼 심 후보자가 검찰총장 후보자에 오른 배경도 집중포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두 사람이 고교 동창이라고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그가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배경에 김 여사 가족과의 친분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2020년 추미애 전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징계 청구 과정에서 징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등 관련 절차를 주도한 한 변호사가 참고인 명단에 포함돼 있어 추·윤 갈등도 인사청문회에 재소환될 수 있다. 심 후보자는 당시 법무부 기조실장으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추진한 추 전 장관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결제 라인에서 배제됐다. 또 이종섭 전 호주 대사의 출국금지 이의신청 심사과정을 질의하기 위해 이기흠 법무부 출입국심사과장이 증인으로, 이 전 대사의 법률 대리인인 김재훈 변호사가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이 전 대사가 출국금지 조치가 된 지난 1월이다. 심 후보자는 같은 달 19일 법무부 차관에 취임해, 당시 공석이었던 법무부 장관의 권한 대행을 맡았다. 이외에 임선웅 뉴스타파 기자, 하승수 변호사, 김희균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 이경열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도 참고인으로 채택돼 검찰 특수활동비와 검찰청 폐지 법안에 관한 학계의 입장도 들어볼 예정이다. 이외에도 가족 재산이 108억 원에 달하는 데도 자녀가 서민금융상품 대출은 받은 점도 질의가 이어질 수 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심 후보자의 자녀는 대학원생 시절인 2022년 450만 원을 ‘쏠편한 햇살론 Youth(유스) 대출’을 받았다. 또 광주은행 최저신용자특례보증대출로 180여만원 등의 금융채무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심 후보자 측은 “(후보자의 자녀가) 독립 생활을 하면서 필요했던 금원을 모바일로 대출을 받았던 것이다. 대출은 절차상 기준 등에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심 후보자의 자녀가 해당 대출 적용 대상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 자료에 따르면 심 후보자의 재산인 14억2200만원이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지분 50%(약 10억3000원)외 예금 등이다. 배우자 재산은 92억7928만원으로 신고했다.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지분 나머지 50%를 비롯해 부산, 대전 등 약 23억원 규모의 토지와 건물, 상가 등을 소유하고 있다. 예금과 증권은 각각 32억1106만원, 26억3723만원이다. 아파트를 제외한 부동산 대부분과 예금·증권 일부는 부친인 고(故) 김충경 동아연필 회장에게 상속받았다는 게 심 후보자 측 설명이다. 딸과 아들은 각각 5582만원, 1억2343만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들 재산은 대부분이 애플, 엔비디아, AMD 등 해외 기업 주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