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몰래 진정제를 먹여 의식을 잃게 한 뒤 수년간 수십 명의 남성을 모집해 성폭행하게 한 프랑스의 70대 남편과 강간범들이 재판을 앞두고 있다.
2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71세 남성 도미니크 펠리코(Dominique Pélicot)는 2011년 7월부터 2020년 10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아내(72)의 술잔에 몰래 진정제를 넣은 뒤 인터넷 채팅으로 모집한 익명의 남성을 집으로 불러들여 아내를 성폭행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도미니크의 제안을 받아들인 남성은 26세에서 74세 사이로 소방관, 언론인, 배달원, 교도관 등 총 72명이며, 9년 동안 총 92건의 성폭행이 벌어진 것으로 수사 당국은 파악했다.
이들 남성 가운데 일부는 사망했고 일부는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재판에 넘겨진 이는 51명이었다. 피고인 중 일부는 수사 중 석방됐으며 도미니크를 포함한 18명만 구속 상태에서 석 달간 재판받을 예정이다. 당국 현행법상 이들의 최대 형량은 징역 20년이다.
도미니크는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이들 남성에게 향수나 담배 냄새를 풍기지 않도록 하고 차를 집 앞에 주차하지 말라고 하는 등 행동 지침도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가 운영하는 채팅방에 들어왔다가 이 일이 성범죄라는 걸 깨닫고 그의 지침을 거부한 사람은 단 2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도 경찰에 도미니크의 범행을 신고하진 않았다.
범행에 가담한 남성들은 수사 과정에서 “도미니크의 부인이 잠든 척 하는 ‘게임’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또 성폭행을 제안한 건 도미니크였기 때문에 자신은 강간범이 아니라고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
도미니크의 범행은 그가 2020년 9월 동네의 한 슈퍼마켓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여성들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 붙잡히면서 꼬리가 잡혔다. 수사 당국은 그의 집에서 압수한 컴퓨터에서 2만 개가 넘는 음란 사진과 동영상을 확보했다.
주변인들은 도미니크를 평소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좋은 친구로 여겼다며 충격을 드러냈다. 자녀들 역시 어머니가 약물에 취해 기절한 줄은 꿈에도 모르고 치매나 신경 장애를 의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