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법’으로 불리는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개정안)’의 추석 전 본회의 통과 방침을 세우면서 어렵게 만들어진 정기국회 협치 분위기도 풍전등화 상황이 된 모습이다. 지역화폐법을 ‘현금살포법’이라 규정한 여당은 민주당이 법안 통과를 강행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까지 건의할 방침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6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지역화폐법을 12일 본회의 안건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했다”며 “대정부 질문을 위한 본회의가 예정된 만큼 의사일정만 변경하면 처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역화폐법이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상품권에 국가의 재정 지원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추석 밥상머리 민심을 공략하겠다는 계산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여야가 합의한 적 없는 의사일정이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뜬금없이 대정부 질문이 예정된 날짜에 안건을 상정하는 것에 대해 어떠한 얘기도 들은 바 없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지역화폐법 상정을 강행할 경우 당내에서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저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한국교회총연합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역화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국비로 지원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 역시 “부모 세대가 지금 당장 ‘푼돈’을 쓰기 위해서 수십조 원 이상의 빚을 낸 후에 자식들에게 ‘너희들이 갚으라’고 하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친정’인 민주당의 당론 법안인 지역화폐법이 정쟁의 중심에 서자 우 의장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비쟁점 민생 법안 합의 처리에 1일 여야 대표 회담까지 열려 모처럼 조성되는 듯했던 협치 분위기가 깨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미 이날 예정됐던 ‘민생 공통 공약 추진 협의체’ 구성을 위한 양당 정책위의장 회동이 전날 민주당의 지역화폐법 상임위원회 처리 여파로 무산된 바 있다. 의장실 관계자는 “12일 본회의 안건과 관련해서는 아직 아무런 입장이 정해져 있지 않다”며 “여러 요소를 두루 고민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김건희 여사의 국민의힘 총선 공천 개입 의혹 또한 정기 국회의 새로운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을 ‘국정 농단’으로 규정한 야권은 공천 개입 의혹을 포함한 새로운 ‘김건희 특검법’까지 발의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대통령실에서는 김영선 전 의원이 컷오프됐고 결과적으로 공천을 못 받았으니 공천 개입이 아니라고 하는데, 주가조작으로 이익을 못 봤으니 주가조작이 아니라는 말과 닮았다”며 “대통령 배우자도 범죄를 저지르면 수사를 받고 처벌받는 것이 공정이다. 깔끔하게 특검으로 털어낼 것은 털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하는 ‘계엄설’ 또한 정기국회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 등은 이날도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공관에서 방첩사령부·수도방위사령부·특전사령부 사령관과 비밀 회동을 가진 사실을 언급하며 ‘계엄설’을 부각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실체 없는 ‘계엄령 호랑이’ 만들기를 중단하고 민생을 우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